강재훈 선임기자, 연합뉴스
24일 ‘담판’ 정 장관, 전주서 출마 의지…민주 최고위 반대 뜻
귀국 첫날 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전주 덕진 사무실을 들렀다. 이 사무실은 1996년 전국 최다득표 ‘정동영 의원’을 만든 그의 정치적 모태이자, 4·29 재선거 출마를 택한 그가 다시 둥지를 틀 곳이다. 이어 모친의 위패가 있는 전북 순창 사찰 ‘만일사’에서 하룻밤을 지낸 그는 이튿날인 23일 아침 순창에 있는 부모의 묘소를 찾았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마음이 무거웠는데, 고향에 오니 마음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고향 어른들은 “정세균 대표가 뭐라고 해도 엉뚱한 마음 먹지 마라”며 힘을 줬다. 그는 노인회관에서 탁구도 쳤다. 지도자로서 더 큰 기회를 보라는 민주당 지도부의 기류와 상관없이 ‘그만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선영 참배를 마친 뒤 “민주당도 전주비빔밥처럼 조화롭게 실력을 발휘하면 대안·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를 (다시) 시작했고 모태인 이곳(전주 덕진)에서 기회를 얻어 원내로 가면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덕진 출마’ 외엔 다른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그의 뜻과 다르게 흘러갔다.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고위원들은 정 전 장관의 이번 출마가 당에도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만장일치로 모아 정세균 대표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만남에서 인천 부평을 출마나 10월 재보선 출마로 선회해 달라는 요구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며 “왜 4월 출마를 만류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4일 저녁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비공개 ‘담판’에서 양쪽 모두 자기 얘기만 하고 헤어질 공산이 크지만, 양쪽의 물밑 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송호진 기자, 전주/이정애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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