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왼쪽)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민주당 중진의원들과 모임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석현, 김영진, 천정배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나라-민주, 4·29 재보선 ‘내분 격화’
중진들 중재 노력에도 “공천 불가”-“출마” 뜻
중진들 중재 노력에도 “공천 불가”-“출마” 뜻
4·29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이에 맞선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양쪽에서 달려오는 기관차처럼 충돌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최악의 파국’을 막기 위해 양쪽을 번갈아 만나며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 대표가 며칠 안에 곧 결단을 내릴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주말이 고빗사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4·3 항쟁 희생자 위령제 참배를 위해 3일 제주도를 방문한 정세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글에도 법칙이 있는 것 아니냐. 당에도 법칙이 있다. 민주당은 공당이다. (이번 사태는) 워싱턴발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그동안 정 전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온 정 대표가 이렇게 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다.
정 대표는 또한 정 전 장관이 사과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 어떻게 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는 작은 문제다. 사과를 받아서 끝낼 정도면 우리 사이에 이해하고 말 것”이라며 사과와 공천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했다.
정 전 장관도 출마 의지를 접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김영진·문희상·박상천·천정배·이석현 의원 등 4선 중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출마는 선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정 전 장관에게 ‘무소속 출마하면 큰 표차로 당선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당선되면 뭐하냐. 결단만 하면 불출마에 따르는 명분 같은 것은 우리들 중진들이 만들어주겠다’고 설득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진 의원들은 또 이날 밤 제주도에서 올라온 정 대표를 여의도의 한 식당에 만났다. 김영진 의원은 모임 뒤 “중진들의 진솔한 의견을 전달했다”며 “오늘로 우리 구실은 다 한 게 아닌가 싶다”며 “결국 정 대표가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당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같은 것을 확인했으며, 할 말은 제주도에서 다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최고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정 전 장관 쪽에 당의 결정을 따라주겠다는 식의 의견을 표명해 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의사를 물었다”고 말해 타결의 여지를 남겼다.
이유주현 기자, 제주/이정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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