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대통령 재가받은 화합책
‘서툰 행보’ 본전도 못찾아
‘서툰 행보’ 본전도 못찾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화합과 쇄신을 위해 야심차게 꺼내든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에 부닥쳐 단 하루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 안팎에서 세밀한 의사 타진 없이 나선 박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면서 박 대표는 ‘본전도 찾지 못하’는 곤궁한 처지가 됐다.
박 대표는 6일 청와대 회동에 앞서 여러 경로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내 대표로 김무성 의원을 추천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회동에서 “이제 당에는 계파 소리는 안 나올 때가 됐다”고 화답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박 대표가 제안한 ‘김무성 카드’를 승인했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정의화 의원의 발발이 거셌지만, 박 대표의 ‘화합 구상’은 힘을 받는 듯했다.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물론 남경필, 권영세 의원 등 ‘원조 소장파’들까지 계파갈등 해소라는 대의명분에 동의하면서 지지 의사를 밝힌 때문이다.
그러나 7일 아침 박근혜 전 대표가 당헌·당규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오히려 박 대표를 옥죄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게 됐다. 당장 친이쪽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청와대에 건의해, 이명박 대통령까지 궁지에 몰렸다”며 성급한 일처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박 대표가 당·정·청의 한 가운데서 체면을 구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청와대 사전 조율 없이 “박근혜 대북 특사론”을 제기했다 박 전 대표는 물론 청와대의 반발을 샀다. 같은 해 8월 ‘분노한 불심’을 달래기 위해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론’을 꺼냈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좌절됐다. 박 대표는 올해 ‘1월 개각’ 때도 여당 인사들의 입각을 건의했으나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