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뉴민주당 비전위원회’ 위원장(왼쪽 셋째)과 민주당 의원·지역위원장들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뉴민주당 선언 전체회의에서 국기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진표·안희정 최고위원, 김 위원장, 장상 최고위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뉴민주당 플랜 자유토론…선언 연기 주장도
“한나라당 2중대 같다는 건 정말 억울하다.”
김효석 민주당 정책연구원장은 19일 ‘뉴민주당 선언’ 초안을 참석자에게 설명한 뒤 서운했던 마음을 슬쩍 내비쳤다. 그는 “선언 내용을 (일부 의원이) 그렇게 표현한 건 민주당 당원으로서 모욕”이라고 했다. 그는 “선언에 담긴 ‘포용적 성장’은 성장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양적 성장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당의 현대화’를 제시한 이번 선언이 보수화됐다는 당내 부정적 의견에 대한 항변이다.
그러나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뉴민주당 선언’ 초안과 관련한 회의에 참가한 소속 의원과 지역 위원장들은 당의 이념 좌표를 어디에 찍을지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는 민주당이 초안을 낸 뒤 첫 공개토론회였다.
이인영 전 의원은 자유토론에서 “이명박 정부가 나쁜 사회를 만드는 시점에서 우리 노선을 좀더 담대하게 선언해야 한다”며 “유연한 진보 또는 점진적 진보를 통해 (진보세력이 단결하는) 거대한 진보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실체’를 분명히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도 “참여정부도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측 차선으로 가면서 정체성이 훼손됐다”며 “이번 선언을 보면 한나라당과 비슷해진 느낌”이라며 당의 ‘우향우’를 우려했다. 이목희 전 의원도 “이명박 정부에서 심화된 민생 위기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이 선언이라면 고통이 줄겠구나’라는 느낌을 주도록 비전이 더 선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옛 민주계 박상천 의원은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큰 복지다. 다만, 유권자의 마음에 부딪칠 수 있도록, (모호한) ‘현대화’가 아니라 ‘중도개혁’으로 바꿔야 한다”며 ‘중도개혁론’을 주장했다. 김재목 경기 안산 상록을 지역위원장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토대로 전통적 지지세력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중도적 진보세력이 집권하는 건 쉽지 않다”며 뉴민주당 선언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이번 논쟁이 이념 싸움으로 흘러선 안 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상수 전 의원은 “유럽 정당도 추상적 강령보다는 정책 수단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일 경기 용인 기흥구 지역위원장은 “선언에서 이념이 더 약화돼야 한다”며 이념의 ‘탈색’을 요구했다.
아예 뉴민주당 선언 논쟁을 6월 국회 뒤로 미루자는 제안도 나왔다. 우원식 전 의원은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 등을 놓고 이명박 정권에 맞서야 할 때 정체성도 불분명한 논쟁에 당력을 소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소속 의원 84명 중 30명 남짓, 지역위원장 220명 중 100여명 등에 그쳤고, 토론이 끝날 즈음엔 의원이 5명밖에 남지 않았다. 민주당은 25일부터 내달 9일까지 전국 순회 당원 토론회를 열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념 좌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최종 선언문을 내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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