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오후 경기 안산 한양대 캠퍼스에서 열린 박순자 최고위원의 딸 결혼식에 주례로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안산/연합뉴스
정몽준 “준비된 분들 만이라도 참여”…조기전대 촉구
쇄신파 “당·청와대 쇄신만이 살길” 박 대표 퇴진 압박
쇄신파 “당·청와대 쇄신만이 살길” 박 대표 퇴진 압박
한나라당이 분노한 민심을 수렴할 쇄신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논쟁만 거듭하는 가운데 7일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지도부 총사퇴와 조기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쇄신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당원 73%가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원이 주인 아니냐”며 “지도부가 사퇴하고 조기전당대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희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화해를 위한 가교 역할”을 자임하며 사퇴 요구를 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당 화합책이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며 지금부터 준비하면 적절한 시점에 (전당대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10월 재·보선 전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준비 안 된 분들한테는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준비된 분들 만이라도 전당대회에 참여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위원회와 당내 중도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민본21 등도 “지도부 총사퇴 없는 해법은 의미가 없다”며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 천막농성 등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민본 21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이날 “지금은 지도부 총사퇴를 통해 당과 청와대를 쇄신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민본21은 8일 전체회의 뒤 즉각적인 지도부 퇴진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7인 기자회견’을 열었던 정태근·김용태 의원도 “8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퇴진 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사즉생의 자세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은 물론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과 천막농성을 벌이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희태 대표는 여전히 ‘밀려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전대를 하면 화합의 전대가 아닌 분열의 전대가 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조기 전대를) 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의 ‘버티기 행보’는 여당 내 최대 비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 패배에 대한 부담과 당권 장악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 등을 의식해 조기전당대회에 반대하고 있고, 청와대도 쇄신 요구에 거부감이 큰 만큼 조기 전대에 대한 여권 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의 핵심 측근은 이날 “언론을 상대로 당 대표를 몰아세우는 태도는 문제”라면서도 “어떤 게 적절하게 책임지는 것인지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표 쪽이 10월 재·보선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려 하지 않으니 그전에 전당대회는 어렵지만, 당 안팎의 쇄신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기도 어렵다”며 “10월 재·보선 직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치러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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