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와 국회 운영위원장 선출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가 산회한 15일 오후 여야 의원들이 각각 자신들의 의석 주변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 아래쪽에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위편에는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야당 “날치기 우려” 여당 “봉쇄 우려”
국군의 레바논 파병 연장안과 국회 운영위원장 선출 등을 위해 15일 열린 국회 본회의는 결국 ‘불신의 동거극’으로 이어졌다. 여당이 언론관련법을 날치기 처리하지 않을까 의심을 품은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퇴장하지 않았고, 한나라당은 야당에 본회의장을 내줄 수 없다며 함께 회의장에 눌러앉은 채 각각 밤샘농성을 했다. 지난주 여야는 이날 본회의 개의에 합의하면서 안건 처리 뒤 모두 본회의장에서 나가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으나,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양쪽은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열어 언론법 강행 처리를 역설했다. 박희태 대표는 “민주당이 국회를 마비시키는 ‘마비당’ 구실에 충실하고 있다”며 “장외 과격 세력들한테 발목 잡혀 꼼짝 못하는 민주당을 우리가 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민주당도 의원총회를 열었다. 정세균 대표는 “국회의장이 언론악법 직권상정을 고집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의장의 불신임 결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언론법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3당 간사와 정책위의장이 6자 회담을 통해 별도로 논의하고 임시국회 회기는 대표 연설·대정부 질문 등을 위해 7월 말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 자유발언에서도 언론법을 둘러싼 양쪽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후 1시 본회의가 끝났는데도 양쪽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선뜻 퇴장하지 않자 자연스럽게 동시 점거 사태가 벌어졌다. 의원들이 대치하는 동안 김형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은 점심을 함께 먹었지만 사태는 조금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여야는 한때 본회의장에 각각 10명씩 남기고 모두 철수하기로 의견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이번 국회가 끝나는 오는 25일까지 장기전에 대비해 밤샘 농성조를 꾸렸다.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을 50여명씩 3개조로 나눴고 민주당은 25명씩 3개조를 편성해 돌아가며 본회의장을 지키기로 했다. 첫날 농성조에 뽑힌 여야 의원들은 이날 저녁이 되자 본회의장에 이불 등을 들여와 잠자리에 드는 등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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