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국회의원 연찬회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심대평 탈당’ 선진당 집안단속 나서
한나라 환영·우려 교차…민주는 환영
한나라 환영·우려 교차…민주는 환영
정치권이 다시 충청에 주목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대표였던 심대평 의원의 탈당이란 변수가 등장하면서 충청권의 ‘정치적 유동성’이 커진 까닭이다. 각 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며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세웠다.
선진당은 악재가 부담스럽다. 31일 서울 수유동 호텔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연 국회의원 연찬회 도중 일부 시장·군수, 지방의원들의 탈당 소식이 전해지자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이준원 공주시장과 최홍묵 계룡시장, 유한식 연기군수가 탈당했고, 시·도의원 다수도 탈당 또는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는 심 전 대표의 탈당을 ‘소동’으로 규정하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내부를 단속했다. 이 총재는 “대선과 총선을 맨발로 뛰면서 일궈낸 정당이 쉽게 이런 소동으로 흔들릴 수 없다”며 “위기는 오히려 값진 기회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우리 지역 기반인 충청 민심을 읽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여권과 청와대에 더욱 날을 세우려는 분위기다. 권선택 의원은 “부분적인 민심이탈이 있겠지만 충청을 무시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에 맞서 선명한 야당의 모습을 보인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당은 연찬회에서 심 전 대표 탈당이 정부·여당의 정치공작 탓이라고 비판하며 정기국회에서 △4대강 사업 졸속 추진 저지 △부자감세 비판 등 정부 실정을 파헤치겠다고 별렀다.
한나라당에선 우려와 환영의 분위기가 교차한다. 충청권 국회의원 24명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은 송광호 최고위원(충북 제천·단양) 1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당세가 취약하다. 그나마 그동안 한나라당에 우호적이었던 선진당이 여권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일 경우 여권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지역 여론도 등돌릴 수 있는 것이다. 권택기 의원은 “지금 개헌이나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등 현안이 많은데 한나라당 혼자 끌고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무소속이 된 심 전 대표를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선진당에 대한 충청권의 신뢰가 약해지면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충청권에서 의석 8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은 일단 반가운 기색이다. 충청권에서 가장 큰 정치세력인 선진당이 분열하면서 한나라당-선진당 공조의 고리도 무너져 민주당으로선 파고들 틈새가 넓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전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 등에서 선진당이 충청권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못해 불만이 쌓여갔는데 이런 분열 조짐까지 보이니 더욱 지지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이유주현, 대전/송인걸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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