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표직을 이어받은 정몽준 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앞날
2월 조기전대 땐 힘 한번 못써보고 물러나야
당내기반 취약해 친이계 대변자 전락할 수도
2월 조기전대 땐 힘 한번 못써보고 물러나야
당내기반 취약해 친이계 대변자 전락할 수도
“국민에게 한나라당의 대문을 넓게 열어 놓으면 좋겠다. 민심의 바다에서 국민을 모시기 위해, 국민이 한나라당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박희태 대표의 사퇴로 집권 여당 대표직을 승계한 정몽준 대표최고위원은 7일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밝혔다. 그는 8일 오전 7시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대표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10시엔 기자간담회를 연다. 핵심 측근은 회견의 화두는 “국민에게 다가서 희망을 주는 한나라당 건설”이라고 말했다. 2007년 12월 혈혈단신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1년9개월 만에 집권 여당 대표가 된 그는 국민 속에 한나라당의 뿌리를 내리는 일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로 능력과 비전을 검증받을 기회를 갈망해온 그에게 여당 대표직은 절호의 기회다. 6선의 관록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재벌가 2세로 ‘울산 왕국’에서 평온한 성장을 이뤘다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날은 멀고도 험난하다.
첫째, 시한부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희태 전 대표의 잔여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그러나 안상수 원내대표 등 친이명박계 핵심들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공언하며 정 대표가 ‘임시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때문에 대표직을 힘있게 수행하기 어렵다. 당장 취임 2~3일 안에 당직 인선을 끝내야 하지만 당에선 한시적 대표제체에 몸을 싣는 걸 주저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친이계 소장파들에게 대변인직을 제안했지만 선뜻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버팀목이 될만한 정치세력이 없어 자칫 친이계의 대변자로 전락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168석의 거대 여당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정몽준계는 전여옥·안효대 의원 둘뿐이다. 그의 대표직 승계 역시 친이-친박 갈등으로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 시도가 좌절된 친이계가 일단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그를 일시 지원한 결과다. 잘못하면 ‘친이계의 정치적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좌초할 수 있다. 당장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잘못하면 이분이 갖고 있는 큰 꿈이 자칫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섣부른 대선행보를 경계하고 나섰다.
셋째,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자인 그가 한나라당의 고질인 친이-친박계파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핵심 측근은 “정 대표가 그동안 ‘여당엔 계파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며 “계파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성장은 박근혜 전 대표에겐 실질적 위협 요인이다. 친박계 핵심인 한 초선 의원은 “당장은 큰 위협이 아니지만, 대선주자로 성장하는 건 견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일단 낮은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다. 제가 부족한 것을 잘 안다. 부족하지만 많이 지도하고 사랑해 달라”고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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