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야당은 국정운영 동반자”

정몽준 새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8일 오후 취임 인사차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정세균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e-mail]

“여당에 차기주자 4~5명 있는게 좋아”
비서실장 정양석·대변인 조해진 조윤선

한나라당의 ‘정몽준호’가 8일 닻을 올렸다. 정몽준 신임 대표는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을 잇달아 만나며 대표로서의 첫 행보에 나섰다.

정 대표는 오전 10시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우리 시대는 지금 서민과 약자에 대한 보호를 한나라당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야당을 경원시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이-친박’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정당으로 계속 발전하려면 앞으로 보다 개방적인 자세와 분위기로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소통 부재’, ‘종속적’이라는 등의 지적을 받아온 당청 관계에 대해서는 “삼권분립이라는 커다란 원칙하에 이명박 정부를 열심히 지원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정부와 상의해서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 대표로서 개인이 아니라 당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라면서도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분들이 4~5명 있는 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대표 비서실장에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당 기조국장 출신 정양석 의원을 발탁했다. 대변인에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 자리에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을 임명해, 암묵적으로 계파 안배를 해오던 관행을 깼다. 조윤선 대변인은 유임됐다. 이번 인사는 당내 기반이 약해 당내 주류인 친이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정 대표와 대표실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친이계의 요구가 서로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정 신임 대표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해 여야가 생산적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당부드린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우 대변인은 “대통령도 현대출신 최고경영자이고, 한나라당 대표도 현대가의 오너 출신”이라며 “마치 현대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의아하다”고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재벌 출신이 ‘친서민’ 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김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