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본격 세몰이 속 박근혜계 속도조절론
민주 “내년 지방선거뒤 거론”…선진 “광폭개헌”
민주 “내년 지방선거뒤 거론”…선진 “광폭개헌”
이명박 대통령이 ‘제한적 개헌’을 거론하면서 여당이 내년 상반기 개헌 완료를 목표로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개헌의 폭과 시점을 둘러싸고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속도 조절’ 요구가 불거지고 있어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권력의 분산 요구는 시대적 요구이고, 국회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10월 재보선 이후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권력구조 중심의 개헌문제를 다뤄, 내년 상반기에 반드시 완성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한 ‘후속작업’인 셈이다. 앞서 정몽준 대표도 “대통령의 개헌 발언은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견을 모은 뒤 당 차원의 개헌특위를 꾸려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야당은 개헌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여당의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을 하자면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과 청와대가 단일안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달 간격으로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고 국면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어 “개헌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개헌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 이뤄지는 게 온당하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정기국회와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개헌이라는 대형 ‘깔대기’가 다른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이면서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서서히 제기하면서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며 “(개헌보다는) 정기국회 내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자유선진당은 이 대통령의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열린 당5역회의에서 “개헌을 소폭으로 하려면 차라리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것이 낫다”며 “국가구조를 획기적인 연방 수준의 분권형 국가로 바꾸는 국가 대개조를 해야 한다”며 강소국 연방제를 포함한 ‘광폭개헌’을 강조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계파별 시각차가 불거지고 있다. 주류의 개헌 ‘밀어붙이기’에 대해 박근혜계가 ‘속도조절론’으로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표가 4년 중임제를 주장하면서도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어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김영선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개헌이 정치적 의제로 인식되면서 정치인들만의 게임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오래 연구하고 뜸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도 “정치적 입장만 반영하는 개헌논의는 지지받기 쉽지 않고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추동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혜정 이정애 기자 id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