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오른쪽 사진)이 부동산 거래 등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따져묻는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땀에 젖은 손가락(가운데 사진)으로 자료를 짚어가며 살펴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동생·처남 아파트에 부인이름 ‘매매예약 가등기’
“두 곳 모두 장모가 돈 빌려줘” 해명 석연치 않아
“두 곳 모두 장모가 돈 빌려줘” 해명 석연치 않아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진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가 아파트 두 채의 실제 소유주임을 감추려고 동생과 처남 이름으로 차명 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다.
이춘석·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이촌동 소재 아파트는 후보자의 동생, 인천 구월동 재건축 아파트는 처남 이름으로 각각 등기가 되어 있는데, 모두 후보자 부인 이름으로 ‘매매예약 가등기’가 설정돼 있었다”고 차명 소유 의혹을 주장했다. 아파트 소유주가 임의처분을 못하도록 하는 ‘매매예약 가등기’는 명의신탁에 흔히 활용되는 수단이다.
두 의원은 “서울 이촌동 아파트는 2002년 후보자 동생이 구입한 지 한달 만에 동생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매매예약 가등기를 후보자 아내가 설정했다”며 “후보자 동생이 현재 살고 있는 과천 주택의 채무도 갚지 못했는데 아파트를 살 여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두 의원은 “인천 아파트의 경우 1993년 후보자 아내가 ‘매매예약 가등기’를 해놓았는데, 이런 경우 보통 매수를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처남이 97년 사들인 건 비상식적”이라며 “처남 차명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해 이득을 얻으려는 투기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의신탁이 사실이면, 부동산 실명거래법 위반과 재산신고를 누락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두 곳 다 장모가 동생과 처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받기 위해 아내 이름으로 가등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장모가 후보자 아내 이름으로 가등기를 했다면 이것도 부동산 실명거래법 위반이며 이 경우 장모는 5년 이하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명의수탁자인 후보자의 부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보도자료를 내어 “인천 아파트 가등기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에 이뤄졌고, 서울 아파트는 가등기 후 2달 만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고 말소해서 차명 소유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1997년 서울 이촌동에 살면서 청파동 주택으로 주소지를 옮긴 위장전입에 대해선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인정했다.
청문회 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부동산 실명거래법 위반 등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실정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