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7년 11월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
당에 못가자 우회로 선택
당에 못가자 우회로 선택
당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희망했던 이명박 정부의 2인자 이재오 전 의원이 29일 오히려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냈다. 당적 보유가 안 되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이날 내정됐기 때문이다. 장관급이기는 하지만, 정권 2인자의 자리치고는 의외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의원은 정치활동을 하면서 서민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국민권익위의 기능을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강화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권 탄생에 도움이 된 사람이 어떤 일이든 참여하는 게 당연한데 부처를 맡기엔 격이 맞지 않아, 국정에 보탬이 되는 위원회를 찾은 것”이라며 “권익위가 관련 범위가 넓고 정부적 성격과 시민사회적 성격이 함께 있어 원래 개혁성향인 전 의원과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장의 경우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기에 뭔가 다른 속내가 있을 법하다. 이와 관련해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친이계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정국 추동력을 갖고 일을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당에 복귀해서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당에서 당분간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달라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당 복귀가 여의치 않게 된 상황에서 ‘권력실세’가 대통령의 후광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한다는 인상을 피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열어줬다는 풀이다.
이 전 의원은 그동안 입각 등 정부 진출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해 왔다. 이번 국민권익위원장직을 두고도 고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의 측근인 한 의원은 “이 전 의원 입장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며 “지금 상황에서 일을 안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또다른 핵심 측근은 “이 전 최고위원이 그동안 당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낮출 만큼 낮췄고 눈물나도록 노력했는데, 당이 안 받아줬다”라며 “대통령을 돕는 또다른 길로 권익위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의 10월 재·보선과 조기 전당대회가 무산되면서 당분간 당 복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인 이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패배 뒤 미국에 머무르다 지난 3월 귀국해 중앙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직을 맡는 등 외곽에 머물러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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