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2hani.co.kr
청와대 “대운하 않겠다고 이미 세차례 약속”
민주당 “운하 아니라면 보 높이부터 낮춰라”
전문가·환경단체 “수심·보·갑문 등 운하 전단계”
민주당 “운하 아니라면 보 높이부터 낮춰라”
전문가·환경단체 “수심·보·갑문 등 운하 전단계”
‘4대강 사업이 운하냐, 아니냐’를 놓고 여야가 ‘사느냐 죽느냐’의 사활을 건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사실상 운하 공사”라는 야권의 공격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절대 운하사업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나섰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특별 기자회견, 지난 6월 라디오 연설, 11월 대통령과의 대화 등 세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며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약속한 만큼 국회도 소모적 논쟁을 접고 시급한 예산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잠실수중보가 3m, 취수장으로 쓰는 대구 근처 강정보는 2.5m”라며 “3m 이상 보를 높이면 배를 띄우고 운하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운하를 할 생각이 없다면 보 높이를 낮추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에도 국무총리실 자료를 근거로 준설량·보 높이·수심 등을 볼 때 4대강 사업은 운하의 전 단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원내부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보면 낙동강 상류 저류량이 하류와 같다”며 하류로 갈수록 저류량이 늘어나는 통상적인 강의 모습과 다른 설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 각 구간의 ㎞당 저류량은 상주보~영강이 220만㎥로 사업 전보다 26배 늘고, 낙단보~상주보도 230만㎥로 이전보다 34배 늘어나는 등 최상류인 영강~안동 구간만 제외하면 모두 220만~417만㎥ 사이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갈수기에 수질 개선을 위해 농업용 저수지에 확보된 물을 하천유지 용수로 방류하겠다고 하는데 갈수기엔 그 무엇보다도 농업용수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낙동강 토사 준설량은 전체 4대강 준설량 5억7000만㎥ 중 77%(4억4000만㎥)를 차지하고 수심은 전 구간이 4~6m로 배가 다닐 수 있는 깊이이며, 보 높이도 9~13.2m여서 조금만 보강하면 운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보 위치가 대운하 갑문 위치와 유사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중립 성향의 한 한나라당 의원도 “4대강은 지금 계획대로라면 충분히 대운하로 전환 가능하다”며 “그게 아니라면 뭐하러 상류까지 깊이 강바닥을 파겠느냐. 보 또한 얼마든지 갑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운하 논란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예산안의 연내 처리만 고집하고 있다. 청와대 등 여권 일부에서는 설령 4대강 사업이 운하 전 단계라고 하더라도 뭐가 문제냐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토목을 전공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운하냐 아니냐는 말씨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본질적인 측면은 앞으로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재정 낭비와 사후 관리에 대한 비용 등을 과연 후손들에게 부담시켜도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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