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앉은 문화예술위 두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오른쪽)과 오광수 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란히 앉아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정헌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해임됐다가 최근 법원의 ‘해임효력 정지’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했고, 이날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에 출석했다. 그러나 문방위가 이날 오 위원장만을 위해 좌석을 마련하고 명패 하나만 준비하자, 야당 의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따로 의자를 내줘 명패 하나를 놓고 두 위원장이 앉게 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두 위원장 출석…끝내 업무보고 못해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다음날 열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에 문화예술위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갈까 말까’ 고민한 끝에 김 위원장은 출석을 결심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는 이미 국회로부터 오광수 위원장의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결국 19일 문방위 회의장에선 ‘한 자리’에 ‘두 사람’이 앉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문방위 행정실이 오 위원장을 위해서만 명패와 좌석을 준비하자, 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위해 의자를 따로 준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명패는 두 사람 중간에 놓였다. 오 위원장은 입을 앙다물고 앉았고, 김 위원장은 슬며시 눈을 돌렸다. 옆에 앉아 있던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앉는 바람에 자리가 좁아진 게 불편했는지 책상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난감해진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문화예술위 업무보고를 맨 뒤로 바꾸자, 여야가 본격적인 설전을 벌였다. 순서대로 업무보고를 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지만 고 위원장은 이를 묵살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여야는 결국 “사태가 정리된 뒤” 다음 회의 때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문화예술계의 원로답게 이제 조용히 쉬시라”고 말했고, 야당 의원들은 “오 위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일방적인 해임이 무효라고 결정했다면 정부는 이에 따라 빨리 사태를 정리해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가 문화예술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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