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세종시 관련 의원총회 도중 자리를 뜨며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재논의 회동 제안을 거부했다”는 정 대표의 전날 발언을 반박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나라당 의총 이틀째
대표 중립성 싸고
정몽준-유정복 말싸움
균형발전 대안찾기 없고
국민투표 주장도
대표 중립성 싸고
정몽준-유정복 말싸움
균형발전 대안찾기 없고
국민투표 주장도
한나라당이 여섯달째 이어져 온 세종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소집한 연쇄 의원총회가 이틀 만에 궤도를 이탈했다.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한 올바른 해법 찾기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계파 간의 감정싸움과 망신주기 경쟁으로 변질하면서 의원들 스스로 ‘의총 무용론’을 제기했다.
■ 정몽준-유정복 감정싸움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지 못하는 정치인의 소신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나. 아버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 경제학자들이 ‘선거 때 약속을 지키려면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니 지금 새롭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연쇄 의총 이틀째인 23일 이렇게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이에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이 “당 대표가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토론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즉각 반격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세종시 재논의 회동 제안’을 거부했다는 정 대표의 전날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세종시 논란으로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당 대표로서 노력해야 하는데 싸움이 될 일을 말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정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도라는 게 참 어렵다. 유 의원도 나중에 대표 하시면 알겠지만, 이쪽에서 보면 이렇고 저쪽에서 보면 저렇고 이중간첩을 하면 (대표를) 잘할 것이다.” 정 대표는 이어 대표 취임 뒤 박 전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재보선 협조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가 박 전 대표의 항의로 발언을 취소했던 해프닝을 소개하며 “당시 (박 전 대표의 말과) 내 말이 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와 유 의원의 감정싸움이 이어지자, 보다 못한 다른 의원들이 나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자꾸 다른 얘기가 나와 토론이 헝클어졌다”며 “지금부터는 의사진행 발언을 안 받겠다”고 역정을 냈다. 범친이계인 박준선 의원은 “세종시법을 수정할지, 그렇다면 어떤 대안을 만들지가 중요한 테마인데 누가 언제 만났고 무슨 말을 했느냐가 뭐 그리 중요하냐. 정말 부끄럽다. 과도한 충성경쟁이 문제 아니냐”고 두 사람을 비난했다.
■ 의총 하자며 국민투표론 주장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일부는 의총에서 “정치적 타협은 불가능하다”며 공공연히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국민에게 뜻을 물어야 한다”며 거듭 국민투표를 주장했고, 임동규 의원도 “국민투표에 부쳐 다시는 재발되지 않게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의총에서 수정안과 원안의 절충을 주장했던 김무성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이에 “대통령이 당론을 변경해야 한다고 하니 ‘당론 변경하자, 국민투표 하자’고 하면 의원들을 거수기로 안다”며 “대통령이 수정안을 철회하든지 국회 전원회의 표결을 통해 결론을 내자”고 맞섰다. 구상찬 의원도 “우리가 법을 만들었는데 이를 해결 못한다고 국민들에게 해달라는 것은 잘못된 얘기”라며 “정치권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봇물 터진 의총 무용론 이틀간의 토론을 거치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의원들의 ‘의총 피로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은 “비록 판도라 상자는 열렸지만, 이젠 상자를 닫고 정상적인 국회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며 “예전 이맘때 같으면 지방선거로 바쁠 텐데 전혀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기환 의원도 “토론이 아니라 (원안·수정안에 대해) 커밍아웃하는 자리”라며 “지방선거, 개헌, 남북 정상회담 등 주요 의제들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학용·손범규 의원은 “이런 논의는 건전한 토론, 생산적인 논의라기보다는 적전분열을 조성하고 피곤하다”며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신승근 김지은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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