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병헌 정책위의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자신과 우윤근 법사위원장에게 돈을 줬다고 발언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세금은 한동안 ‘폭탄’이었다. 폭탄은 사람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하는 ‘나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등 참여정부의 세금정책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세금 폭탄’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공화당은 ‘세금 구제’(Tax relief) 프레임으로 미국 민주당을 공격했다. 프레임이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구조화된 심리적 체계’라고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정의했다. 미국 공화당의 프레임에 의하면 ‘세금=(구제받아야 할) 고통’이다. 한나라당의 ‘세금=폭탄’ 슬로건은 곧 ‘감세=폭탄 제거’라는 ‘감세 프레임’으로 연결됐다.
감세 프레임은 힘이 셌다. 참여정부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 모두 감세를 내걸었다. 개혁진영의 대선 후보들도 감세 프레임에 저항하지 못한 채 ‘서민 감세’를 내세웠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중산층·서민근로자 근로소득세 인하와 중소기업 상속·증여세 감면 등을 약속했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근소세 경감과 일부 법인세 인하를 공약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만 부유세 신설과 증세를 주장했다.
3년이 흐른 뒤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다. 한나라당에서도 감세 대신 감세 철회 논의가 한창이다. 이송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팀장은 “종부세로 촉발된 감세 프레임은 서민 감세 주장이 나올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로 재정이 악화하고 복지 요구가 높아지면서 감세가 힘을 잃고 감세 철회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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