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보좌관·당직자 수백명을 동원해 본회의장까지 난입한 것은 헌정을 침해한 특수 공무집행 방해 범죄”라며 국회폭력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고위 “법 준수” 자화자찬
이재오 “새질서 위한 진통”
개헌논의로 국면전환 노려
이재오 “새질서 위한 진통”
개헌논의로 국면전환 노려
새해 예산안이 여야 의원들의 격한 충돌 끝에 3년째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됐지만, 여권에선 되레 “법을 지키는 관행을 만들었다”는 자화자찬이 쏟아져 나왔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에서 “(전날 예산안 단독 처리가) 최선은 아니었지만 국가를 운영해 나가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며 “이것이 국가를 위한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예산안 처리를 진두지휘했다.
본회의 진입 선봉에 섰던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여야 몸싸움을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진통”에 비유했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을 보좌진들 시켜서 막고 국회의장석을 의원들이 점거하고, 이게 민주주의냐”며 “회의에 출석하러 몸으로 뚫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비뚤어진 사람들”이라고 썼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익을 생각해서 우리가 공언하고 국민께 약속한 대로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했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는 전날 발생한 국회폭력 사태의 책임을 야당 쪽에 돌리며 사후 책임 추궁을 다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보좌관·당직자 수백명을 동원해 본회의장까지 난입한 것은 헌정을 침해한 특수 공무집행 방해 범죄”라며 “폭력과 파행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를 근절하기 위해 국회 선진화를 위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등 근본적인 개혁 과제들을 다뤄나가야 한다”며 개헌 논의로 국면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홍준표·정두언·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기분이 좀 그렇다”(홍준표), “회의에서 험한 소리를 할 것 같아 안 갔다”(정두언), “좀더 명분을 쌓았더라면 좋았을 것”(서병수)이라며 예산안 강행처리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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