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정치 이장면] 주먹다짐으로 강행한 ‘날치기’
[2010 정치 이장면]
망치를 두드리는 찰나, 손팻말이 날아들고 있다. 지난 8일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새해 예산안의 통과를 선언하는 순간 야당 의원이 던진 손팻말엔 ‘졸속심사 예산파행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적혀 있었다.
앞선 장면은 거친 몸싸움이었다. 여야 의원과 보좌진은 본회의장 앞에서 서로 뒤엉겼다. 이 과정에서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은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강 의원은 국회 경위의 뺨을 때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3년째 거듭된 여당의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를 두고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이내 처리’라는 명분을 댔다. 야당은 ‘날치기’라고 비판하며 거리에 섰다. 민주당은 14일부터 27일까지 전국을 돌며 장외집회를 열었다. 민주노동당도 거리에서 여론전을 펼쳤다. 단독 처리된 것은 예산안만이 아니었다. 4대강 관련 친수구역특별법과 아랍에미리트 파병동의안도 직권상정돼 함께 통과됐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일컫는 ‘형님예산’과 박희태 국회의장 등 실세들의 예산은 더 늘었다. 결식아동 예산 등 복지 관련 예산은 대폭 깎였다. 집권당이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도 사라졌다. 후폭풍은 거셌고, 여당의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 22명은 ‘거수기 노릇 거부’를 선언했고, 홍정욱 의원은 “국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 강화’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주요 내용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법 개정을 환영하고 있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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