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단체이익 과대화 막아”
‘후원금 확대’ 법개정 힘들어져
‘후원금 확대’ 법개정 힘들어져
헌법재판소는 28일 단체나 기업 같은 법인 명의의 기부 행위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3(헌법불합치)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정치활동과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개인에 비하여 자금 동원력이 강한 단체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정치체제에 과대하게 대표됨으로써 1인 1표 1가치의 민주주의 원리가 침해되고 단체가 주권자인 개인의 지위를 차지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선거의 공정성 확보 및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기부금지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은 2004년 ‘총선투쟁기금’ 명목으로 1억2400만원을 모금한 뒤 같은 해 17대 총선에 출마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32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이 법인·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했던 움직임도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최근 청원경찰들의 모임인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아예 단체·법인의 후원금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깨끗한 정치풍토를 가로막는 퇴행적 법안’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는 지난달 6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다 유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8일 “헌재의 결정은 기존의 규제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기 때문에 선관위를 통한 간접 기부 허용 등 헌법의 틀 안에서 법을 개정할 수 있다”면서도 “법인·단체 기부 금지를 풀 수 있는 정치적 여지가 좁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김태규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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