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후보 의혹과 해명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무소속)를 겨냥한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검증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정치인이 아닌 시민운동가 출신이라 제대로 된 검증 기회가 없었던 만큼, 철저한 인물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박 후보 쪽은 선거 초반 검증의 초점이 집안 과거사에 맞춰진데다, 논란이 됐던 기업후원금도 마치 박 후보 개인의 후원금처럼 비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 병역·집안 과거사 논란
박 후보의 집안 과거사는 한나라당이 박 후보의 8개월 방위 경력에 공세를 집중하면서 불거졌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가 작은할아버지의 호적으로 ‘양손입양’이 돼 결과적으로 박 후보의 형과 박 후보가 군복무를 짧게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당시 양손입양 제도 자체가 없었다는 한나라당과, 호적에도 ‘양손입양’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어 당시엔 관례적으로 존재했던 제도라는 박 후보 쪽의 주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일 오전에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작은할아버지의 징용이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해, 박 후보 쪽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직 아무도 공개적으로는 발언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아버지의 근로보국대 활동과 관련해 친일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박 후보 쪽은 이러한 소문에 대해 “강제징용으로 일제에 수탈당했는데 거꾸로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말이 도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박 후보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후보의 부친도 20대 중반이던 1939~1940년 사이 일제에 강제징용돼, 6년여간 일본에 근로보국대로 갔다가 해방 전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박 후보도 자신이 시골 중학교에서 경기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근로보국대에 끌려갔다 도망쳐 나온 아버지가 바깥세상을 보고 와서 나를 서울로 보낸 것 같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 박 후보 가족 관련 의혹들
서울대 미대에 다니던 딸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과정에 대한 의문과,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아내의 일감 수주 등 박 후보의 가족과 관련된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스위스로 유학을 간 박 후보의 장녀는 2002년 미대에 입학해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2006년 법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법대 교수들과 친한 박 후보의 인맥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박 후보의 딸이 입학한 2002년부터 전과가 폐지된 2009년까지 미대에서 법대로 전과한 학생은 박씨 한명뿐이라는 점도 이런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서울대 법대 관계자는 “전과는 학부 성적과 필기시험, 면접의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며 “면접에는 외부인사 없이 해당 전공의 교수들만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 쪽도 “박씨가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전과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박 후보의 딸은 졸업 때도 우등졸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딸이 올해 초 이른바 ‘롤렉스 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스위스로 유학을 간 것도 입길에 올랐다. 비판의 주요 포인트는 ‘가난한 시민운동가의 딸이 물가가 매우 비싼 스위스로 유학을 간 것은 사치성 유학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 후보 쪽은 “법학 석사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원서를 낸 딸이 영국의 런던정경대(LSE), 서식스대 등에 합격했지만 두 학교의 장학금이 물가와 비교해 턱없이 적어서 포기했고, 스위스의 제네바아카데미는 성적우수자들에게 생활비까지 지원해서 그곳으로 갔다”고 해명했다. 이어 “롤렉스 창립자의 이름을 딴 빌스도르프재단은 지원자들에게 연간 1만5000프랑을 학비로, 2만프랑을 생활비로 지원하며, 다소 부족한 부분은 집에서 보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박 후보의 아내가 2000년부터 3년간 현대모비스의 설계 시공권을 10여차례 따낸 것에 대해서도 ‘박 후보 덕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당시 박 후보가 상임이사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을 현대모비스가 후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박 후보 쪽에서는 “지인의 소개로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현대모비스 공사를 수주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언론을 통해 박 후보의 손윗동서가 현대모비스 임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박 후보 쪽 관계자는 “손윗동서가 임원으로서 도와줬다면 박 후보와 연관성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지만, 아내가 손윗동서의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 신분은 대학생, 직업은 등기소장 박 후보가 단국대 재학 시절 7년 동안 강원도 정선등기소장을 지내고 이 기간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한 것을 두고 “그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게 가능하냐”며 학력위조 논란도 제기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대변인인 안형환 의원은 11일 “박 후보가 1979년부터 1985년까지 단국대 사학과를 다닌 것으로 돼 있는데, 경력을 보면 1978년부터 1979년까지 정선등기소 소장이었고, 1982~83년까지는 대구지검 검사, 1983년에는 변호사를 개업했다”며 “허위로 학력과 경력을 등록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후보 쪽은 “당시 단국대학교 쪽이 사시·행시 준비생과 합격생에게 야간수강, 리포트 대체 등의 혜택을 줬기 때문에 학업과 공부, 직업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가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다가 제적당했는데도 일부 저서 프로필 등에 서울대 법대 재학중 제적을 당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 쪽은 “출판사가 인권변호사라는 부분을 강조하려고 그렇게 한 것 같은데, 당시엔 사회계열에서 법대로 진학을 했는데 박 변호사가 일부러 왜곡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 안보관념 등 이념 공세도
보수진영에서는 박 후보의 저서 <국가보안법 연구>, <야만시대의 기록> 등을 두고 사상 검증도 이어가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자인 박 후보에 대해 ‘종북좌파’라는 공격도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것”이라는 박 변호사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박 후보 쪽은 “박 후보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법조인이자, 역사 전공자로서 국가보안법의 폐해 등을 강조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지난 10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박 후보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나는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며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정부가 왜 신뢰를 잃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 대기업 비판하며 뒤로는 후원금 받았다?
박 후보의 이력 가운데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를 하며 벌인 모금활동에 대한 공격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후보의 출마 이후 연일 의혹을 제기해온 강용석 무소속 의원은 지난 10일 ‘론스타 게이트’를 주장하며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기업 6곳이 아름다운재단에 의심스러운 기부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유비에스(UBS), 국민은행, 외환은행, 법무법인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등이 외환은행 매각이 진행되던 2005년 이후 6억1500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후보 쪽은 “기부금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사용됐는지 투명성을 검증해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지난 2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스위스로 유학을 간 박 후보의 장녀는 2002년 미대에 입학해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2006년 법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법대 교수들과 친한 박 후보의 인맥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박 후보의 딸이 입학한 2002년부터 전과가 폐지된 2009년까지 미대에서 법대로 전과한 학생은 박씨 한명뿐이라는 점도 이런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서울대 법대 관계자는 “전과는 학부 성적과 필기시험, 면접의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며 “면접에는 외부인사 없이 해당 전공의 교수들만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 쪽도 “박씨가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전과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박 후보의 딸은 졸업 때도 우등졸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딸이 올해 초 이른바 ‘롤렉스 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스위스로 유학을 간 것도 입길에 올랐다. 비판의 주요 포인트는 ‘가난한 시민운동가의 딸이 물가가 매우 비싼 스위스로 유학을 간 것은 사치성 유학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 후보 쪽은 “법학 석사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원서를 낸 딸이 영국의 런던정경대(LSE), 서식스대 등에 합격했지만 두 학교의 장학금이 물가와 비교해 턱없이 적어서 포기했고, 스위스의 제네바아카데미는 성적우수자들에게 생활비까지 지원해서 그곳으로 갔다”고 해명했다. 이어 “롤렉스 창립자의 이름을 딴 빌스도르프재단은 지원자들에게 연간 1만5000프랑을 학비로, 2만프랑을 생활비로 지원하며, 다소 부족한 부분은 집에서 보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박 후보의 아내가 2000년부터 3년간 현대모비스의 설계 시공권을 10여차례 따낸 것에 대해서도 ‘박 후보 덕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당시 박 후보가 상임이사로 있던 아름다운재단을 현대모비스가 후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박 후보 쪽에서는 “지인의 소개로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현대모비스 공사를 수주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언론을 통해 박 후보의 손윗동서가 현대모비스 임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박 후보 쪽 관계자는 “손윗동서가 임원으로서 도와줬다면 박 후보와 연관성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지만, 아내가 손윗동서의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 신분은 대학생, 직업은 등기소장 박 후보가 단국대 재학 시절 7년 동안 강원도 정선등기소장을 지내고 이 기간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한 것을 두고 “그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게 가능하냐”며 학력위조 논란도 제기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대변인인 안형환 의원은 11일 “박 후보가 1979년부터 1985년까지 단국대 사학과를 다닌 것으로 돼 있는데, 경력을 보면 1978년부터 1979년까지 정선등기소 소장이었고, 1982~83년까지는 대구지검 검사, 1983년에는 변호사를 개업했다”며 “허위로 학력과 경력을 등록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후보 쪽은 “당시 단국대학교 쪽이 사시·행시 준비생과 합격생에게 야간수강, 리포트 대체 등의 혜택을 줬기 때문에 학업과 공부, 직업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가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다가 제적당했는데도 일부 저서 프로필 등에 서울대 법대 재학중 제적을 당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 쪽은 “출판사가 인권변호사라는 부분을 강조하려고 그렇게 한 것 같은데, 당시엔 사회계열에서 법대로 진학을 했는데 박 변호사가 일부러 왜곡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국민참여경선에서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결정된 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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