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오른쪽)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사퇴 ‘지도부 와해’
겉으론 재신임 된듯 하지만
대표직 지키기는 힘들듯
의총서 침묵한 다수의 뜻 중요
3명이 사퇴 ‘지도부 와해’
겉으론 재신임 된듯 하지만
대표직 지키기는 힘들듯
의총서 침묵한 다수의 뜻 중요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세 최고위원이 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은 홍준표 대표의 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과반인 3명이 물러날 경우 당 지도부가 자연스레 와해하기 때문에 홍 대표도 물러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 쇄신의 불길을 붙이기 위한 일종의 ‘물귀신 작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겠지만 집권당 대표로서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동반 사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집권당 대표로서 예산안 등 민생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여당 책임론’과 함께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이 아니라 7명”이기에 ‘지도부가 건재하다’는 주장을 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대의원들이 뽑은 건 아니지만 의원총회에서 선출됐으니 선출직이라는 논리다. 또 “(내게도) 재창당 계획이 있다”며 재창당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삼십대 초반부터 이것보다 더 어려운 일도 겪었다”며 대표직에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비쳤다.
그는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소수 의원이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고, 만약 다수 의원이 그런 의견이라면 따르겠다”며 재신임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쇄신 연찬회에서도 같은 전략을 써 사실상 재신임을 끌어낸 바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겉으로는 홍 대표가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발언에 나선 20여명 의원 중에 정두언, 원희룡 의원 등 두세 명을 빼고는 모두 홍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김정권 사무총장은 의총이 끝난 뒤 “지난번 쇄신 연찬회 때와 비슷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처럼 간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도체제 문제는 여전히 살아 있는 활화산이다. 소속 의원 169명 가운데 118명이 참석해, 그중 발언한 사람은 20여명에 불과하다. 또 대부분이 홍 대표와 가까운 이들이거나 영남 친박계 일부다. 이 때문에 어느 누구도 홍 대표가 재신임받았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침묵한 다수의 뜻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홍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쇄신파들은 재신임 시도에 대해 ‘홍 대표의 꼼수’라며 반발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홍 대표가 진정한 당 변화에 대한 본질은 회피한 채 자신이 독주할 수 있도록 의원들을 절차적 거수기로 이용하려 했다”며 “홍 대표가 있는 한 탈당 움직임 등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도 “사퇴한 세 명의 최고위원은 각각 친박계, 친이계, 친소장파를 대표한 인물들 아니냐”며 “이들이 한꺼번에 그만둔 것은 정치적으로 당내 총의가 모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언제까지 이 상황이 갈 것인지가 초점이다. 예산안 처리가 예상되는 연말까지는 홍 대표가 자리를 지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지만, 그만한 동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의원총회 결론이 홍 대표의 뜻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대표직을 힘있게 수행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홍 대표가 연말까지 못 버틸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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