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당 논란 거센데 의총장 참석도 않고 측근통한 메신저정치 ‘박심’ 진위파악 소동
쇄신파 의원들 “이렇게 소통 어려워서야 대통령 된다면 어쩔지”
쇄신파 의원들 “이렇게 소통 어려워서야 대통령 된다면 어쩔지”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무 말이 없다. 당 안팎에선 전형적인 책임회피성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9일 홍준표 전 대표 사퇴 이후 박 전 대표의 말은 측근들을 통해서만 간접 전달됐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두고 혼선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친박 진영과 쇄신파의 갈등도 그의 침묵이 빚어낸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 ‘박 전 대표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데 공감했던 양쪽은 ‘내년 4월 총선까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게 박 전 대표의 뜻’이란 친박 측근 의원들의 말이 알려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직접 박 전 대표를 만나 ‘이게 당신의 뜻이냐’고 물었지만 박 전 대표는 뚜렷한 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쇄신파 의원들과 박 전 대표 간의 소통은 끊어졌다고 한다. 한 초선 쇄신파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메신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 오해가 없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쇄신파 의원은 “평의원인데도 이렇게 만나기 어렵고 소통하기 어려운데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얼마나 더 만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측근이 ‘박 전 대표 전달사항’이라며 △비대위 전권 부여 △내년 4월 총선까지 비대위 체제 유지 등이 적힌 쪽지를 쇄신파에게 전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자신의 뜻을 측근을 통해 나타내는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측근을 통해 자기 뜻을 알려 당내 기류나 여론을 떠봤다가 좋으면 그대로 가는 것이고, 나쁘면 측근 탓을 하려는 책임회피성 행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 사퇴 국면에서도 박 전 대표의 침묵 속에 일부 친박 의원들이 ‘박심’을 잘못 읽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뜻은 홍 대표 체제 유지”라는 말을 전했다가 뒤늦게 박심이 반대기류인 것으로 파악하고 급히 ‘반홍준표’ 쪽으로 논리를 바꾸는 궁색한 모습을 보였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체제 관련 의원총회에선 박 전 대표의 불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태근 의원은 “왜 박 전 대표는 자신에 관한 논의를 하는 자리에 나오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또다른 한 초선 의원도 “측근에게 보고를 받는 것보다 직접 와서 들어야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박 전 대표도 달라진 모습을 국민한테 증명해 보여야 한다”며 “현재까지도 무슨 측근들이라는 사람들이 박근혜 대표의 뜻이 이거다, 저거다고 당내에서 해석이 분분하고 하는데, 이게 민주정치 시대의 리더십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친박 의원은 “자신의 대선 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사건인 만큼 박 전 대표의 침묵을 이해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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