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2년7개월 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가 황우여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2년여만에 의총 참석…“참석 자체만으로도 변화 시작”
한나라 의원들 ‘눈도장용’ 발언 “다들 잘 보이려고 아부” 지적
‘당권-대권 분리’ 규정 고쳐 비대위원장엔 예외 두기로
한나라 의원들 ‘눈도장용’ 발언 “다들 잘 보이려고 아부” 지적
‘당권-대권 분리’ 규정 고쳐 비대위원장엔 예외 두기로
15일 아침 8시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 본관 246호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2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가 앞쪽 세번째 줄에 앉자 의원들이 몰려와 인사했다. 주변에 친박계 의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서병수, 유정복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뒤편에 자리잡았다. 사회를 맡은 이화수 의원은 “오늘이 200번째 의총인데, 누구라고 말 안 하지만 간만에 참석하시는 분도 있다”며 박 전 대표의 참석을 반겼다.
박 전 대표는 2시간 남짓 이어진 의총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들었다.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맨 마지막에 발언대에 오른 그는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가에 모든 문제가 달려 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 열심히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 말 속에 친이·친박 문제 등 모든 문제가 다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쇄신파 의원들이 요구했던 재창당에 대해선 “형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국민이 현미경처럼 다 들여다보기 때문에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그 어떤 형식도 국민에게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창당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그는 “모두가 하나가 되자”며 말을 끝냈다. 요란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의총에선 박 전 대표의 면전에서 ‘아부성 발언’도 쏟아졌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해 ‘불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 탓이다. 박 전 대표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자 고흥길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등의 불필요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면박을 줬다. 한 당직자는 “정해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얼마나 공정하고 사심 없고 애국심이 있는 분인지 설명하더라”며 “총선 공천 국면이 돼서 그런지 대부분 용비어천가식 발언이었다”고 꼬집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도 “다들 박 전 대표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하고 있다”며 “왜 이렇게들 치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나서는 게 맞지만 의원들을 탈락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대위는 외부 인사 영입까지만 노력해야 하고, 총선까지 책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당 안에선 박 전 대표가 총선 때까지 전권을 쥐는 것에 반대하는 김문수 지사의 뜻을 대변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쇄신파 김성태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의총에 참석했다는 자체부터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며 “엠비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과 진정한 비대위 체제의 변화를 위해 (박 전 대표는) 친박은 없다고 선언해달라”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탈당을 선언한 정태근·김성식 의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발언도 나왔다. 박영아 의원은 “두 의원이 재창당에 대한 오해로 탈당을 한 것이 안타깝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탈당계를 수리하지 말고, 계속 설득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의총 직후 한나라당은 상임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전권을 맡기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두아 원내부대변인은 “비대위 근거 규정을 당헌 111조에 신설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추대했다”며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1년6개월 전에 당 선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내년 대선 후보로 출마할 길을 터놓는 조항이다. 박 전 대표를 위한 ‘위인설법’ 성격이 짙어 신뢰와 원칙을 내세워 당권·대권 분리를 강조해온 박 전 대표에게 두고두고 ‘멍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발의된 당헌 개정안에 신설된 비대위 근거 규정에는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임명하고, 비대위원장은 대표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개정안은 19일 열리는 제14차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의총 직후 한나라당은 상임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전권을 맡기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두아 원내부대변인은 “비대위 근거 규정을 당헌 111조에 신설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추대했다”며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1년6개월 전에 당 선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내년 대선 후보로 출마할 길을 터놓는 조항이다. 박 전 대표를 위한 ‘위인설법’ 성격이 짙어 신뢰와 원칙을 내세워 당권·대권 분리를 강조해온 박 전 대표에게 두고두고 ‘멍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발의된 당헌 개정안에 신설된 비대위 근거 규정에는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임명하고, 비대위원장은 대표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개정안은 19일 열리는 제14차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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