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박지원·이인영·김부겸 최고위원
박지원·이인영·김부겸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 박지원 후보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11.97%의 득표율, 9명 가운데 4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순간이었다. 불과 두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대표를 노렸던 그였지만, 시민통합당 등과 통합 논의 과정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탓인지 그는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다.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만족할 만한 성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찌됐든 당원과 국민들이 ‘민주통합당에 박지원이 꼭 필요하고,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걸 확인해준 게 아니겠느냐”고 자평했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만큼 부침을 겪은 후보도 없다. 통합 과정에서 독자 전당대회를 고집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경선 막판에 터진 ‘돈봉투 의혹’에 대한 시선이 그에게 쏠리면서 또 한번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박 후보 쪽 인사들은 “실체도 없는 (돈봉투) 유령과 싸우고, 지역 투표율 보정 때문에 호남 표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되는 악조건을 견디며 힘든 선거를 치렀다”고 말했다.
70~80년대 운동권을 상징했던 이인영·김부겸 의원은 나란히 5·6위로 당선됐다. ‘세대교체’와 ‘전국정당’(대구 출마)을 내세우며 출마한 두 의원은 아쉬운 성과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정치적 부친’인 김근태 전 의원 사망이라는 슬픔을 딛고 일어섰다. 상주 노릇을 하느라 선거운동을 할 시간을 놓쳤다. 애초 지지를 선언했던 한국노총이 사실상 지지를 철회하는 위기도 맞았다.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덮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실리보다는 도리를 지킨 그에게 대의원들이 표를 모아줬다.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해 차세대 주자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멍에를 깨끗이 벗었다. 민주당에 결합한 이후 첫 선출직 당선이다. 19대 총선 대구 출마 선언은 그에게 헌신할 줄 아는 정치인이란 평가를 안겨줬다. 부산·경남과는 달리 생환 여부를 알 수 없던 대구에서도 그는 좋은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대구에서 당선 혹은 높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는 차세대 대선주자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석진환 이태희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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