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윤성 의원(맨 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맨 왼쪽은 황우여 원내대표, 오른쪽 둘째는 정몽준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누구 찍었는지 알게돼 비밀 원칙 침해” 주장
선관위쪽 “자기선택 스스로 표명 문제안돼”
전문가들 “자유로운 정치참여 보장이 중요”
선관위쪽 “자기선택 스스로 표명 문제안돼”
전문가들 “자유로운 정치참여 보장이 중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터넷 선거운동을 즉시 허용하기로 한 데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헌법상 비밀투표 원칙을 침해할 우려 등을 들어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학계 등 전문가들은 박 위원장의 발언은 헌법 정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 아니라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시대 흐름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선관위의 인터넷 선거운동 전면 허용 조처와 관련한 일부 참석자의 지적을 받아들여 “선관위와 각을 세우는 차원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대한 문제나,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차분히 정리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더 이상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황영철 대변인의 브리핑과 이날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이경재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의 설명 등을 종합해볼 때 크게 두 가지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투표 인증샷이나 선거 당일 특정후보 지지를 허용함으로써 누구를 찍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이것은 결국 헌법상 비밀투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만 선거운동 확대의 ‘혜택’을 보게 되고, 또 “후보자들이 선거 당일 선거운동을 못하게 돼 있는데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당일에도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황영철 대변인) 것 등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밀투표 사안에 대해서는 취지를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비밀투표를 헌법에 규정한 것은 다른 사람이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를 묻거나 밝히도록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지 스스로 자신의 선택을 밝히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보자와 유권자의 선거 당일 운동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사실 관계를 잘못 알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당일 오프라인 운동은 누구든지 금지돼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운동은 일반 유권자도 후보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거당일 인터넷 운동을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한정 위헌 결정을 받은 선거법 93조1항(불법적인 문서·도화의 배포 금지)의 규정이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로 돼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의 예외가 되는 인터넷 운동의 경우 선거일에도 가능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선관위 관계자)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자와 일반 사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한국선거학회장) 교수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면에서 모두에게 공평한 제도가 어디 있겠느냐”며 “형평성 가치도 중요하지만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유권자자유네트워크도 이날 논평을 내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지 벌써 20일이 지났음에도 집권 여당이 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권리’ 확대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 한나라당의 쇄신이 말뿐인 쇄신이 아니라면 선거법 개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성연철 기자 phill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정태근 “외교부가 ‘다이아몬드 게이트’ 조직적 은폐”
■ 조선 ‘김정남, 천안함은 북의 필요’ 보도 “또 소설 썼나”
■ “알바로 겨우 생활비…기술 배워도 취업못해”
■ 바르셀로나, 레알 꺾고 엘 클라시코 3연승
■ 어, 유치원 홈피가 도박사이트였어?
■ 조선 ‘김정남, 천안함은 북의 필요’ 보도 “또 소설 썼나”
■ “알바로 겨우 생활비…기술 배워도 취업못해”
■ 바르셀로나, 레알 꺾고 엘 클라시코 3연승
■ 어, 유치원 홈피가 도박사이트였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