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에 보수언론 ‘딴지’…‘타협정치’ 노력 제동
학계 “필리버스터는 사회갈등 조정하는 생산적인 시간”
학계 “필리버스터는 사회갈등 조정하는 생산적인 시간”
서울대법인화 법안은 2010년 12월8일 예산안 및 다른 쟁점 법안 10개와 함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에 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됐다. 고등교육체계의 틀을 바꾸는 이 법은 당시에도 찬반양론이 팽팽했지만,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한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의 법 시행 강행으로 지난해 12월 말 ‘국립 서울대’는 ‘법인 서울대’로 전환됐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대 교수와 학생, 교직원들은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지난해 헌법소원을 내는 등 법 폐기운동을 활발하게 펴고 있다. 서울 관악갑, 을에 출마해 당선된 야당 후보들도 법 폐기를 선거 때 약속한 바 있어 19대 국회에서 재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회적 합의 없는 법안의 단독 처리가 얼마나 큰 후유증과 사회 경제적인 손실을 낳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야가 오는 24일 처리할 예정인 ‘국회법 개정안’, 일명 몸싸움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이런 일방적인 단독 처리와 이로 인한 의원들의 몸싸움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각 교섭단체 대표들이 합의하지 않는 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요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제)은 국회 재적의원 또는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랜 논의 끝에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보수언론 등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불임증 국회가 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19일치 사설에서 “새누리당처럼 차기 국회에서 간신히 과반을 확보한 정당은 독자 입법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이날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쟁점 법안 처리가 어렵다”고 썼다. 새누리당에도 반대 기류가 있다. 정두언 의원은 19일 “이렇게 되면 비효율 정도가 아니라 식물국회가 된다”며 “개정안 통과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양쪽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이 우리 의회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견해가 더 많다.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몸싸움을 방지하고 여야의 타협정치를 복원하는 의미가 있다”며 “여야가 합의한 만큼 일부 보완하더라도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문제가 되는 것은 쟁점 법안 처리일 뿐”이라며 “사회적 갈등을 국회에서 조정한다는 데만 동의하면 효율성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동안 여야가 충돌했던 것은 소수의 쟁점 법안들이었다. 18대 국회의 경우 현재까지 모두 7427건의 법률안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직권상정을 위해 심사기간을 지정한 법안은 모두 99건이며, 예산관련 부수법안을 제외하면 48개에 불과하다. 일년에 평균 12개 정도의 법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셈이다.
학계에서도 찬성론이 많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쟁점 법안일수록 당연히 국회에서 오랫동안 논의해야 한다”며 “필리버스터는 단순히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낭비적 시간이 아니라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서로 타협점을 찾는 생산적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끝내 타협이 안 되는 법안이 가끔 있기는 하지만 그런 법안 때문에 국가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새 법으로 쟁점 법안을 여당이 밀어붙이기 어렵게 된 것은 분명하다”며 “이는 곧 여야와 대통령 등 정치 주체들이 타협하고 양보를 해야 하는 정치 본래의 의미가 중요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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