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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당권파, 부정 아니라며 버티는 것보고 소름 끼쳐”

등록 2012-05-06 21:05수정 2012-05-06 23:25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될 예정이던 전국운영위원회의장에 들어가려다 가로막는 당권파 당원들에게 막혀 있다. 지난 4일 오후 시작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정 부정의혹 대책 전국운영위원회는 밤새 진행되다 당권파의 방해로 중단돼 이날 전자회의로 속개됐다.  뉴스1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될 예정이던 전국운영위원회의장에 들어가려다 가로막는 당권파 당원들에게 막혀 있다. 지난 4일 오후 시작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정 부정의혹 대책 전국운영위원회는 밤새 진행되다 당권파의 방해로 중단돼 이날 전자회의로 속개됐다. 뉴스1
진보정치의 재구성 (상)패권주의 조직 틀 깨야
지지자들 “힘의 논리 안돼” “이름만 진보인 것 같다”
정파적 기득권 버리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만들때
“현장에 가보면 활동가들 어깨가 바닥까지 처져 있다. 조합원들이 후원금 돌려달라, 탈당한다 난리란다.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파문과 4~5일의 전국운영위원회 파행을 지켜보고 쓴 글이다. 김 지도위원은 ‘종파’라는 표현에 대한 팔로어의 문제제기에 대해 “종파가 문제가 되는 건 사실 아닌가요? 그래서 정파가 아닌 종파란 표현을 쓴 거구요. 건전한 활동을 문제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지도위원처럼 통합진보당에 실망한 이들은 적지 않다. 특히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찍었던 이들은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30대 회사원 박아무개씨(경기도 성남시)는 “정말 충격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과 다른 게 뭐냐. 진보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통합진보당을 찍었는데, 이름만 진보인 것 같다. 반성도 제대로 안 하고, 수습책 놓고 싸우고…”라고 했다.

대학 시절 자주파(NL) 쪽에서 학생운동을 했다는 대학원생 김아무개씨는 이렇게 말했다.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싫었지만, 그게 그들 나름대로 ‘풀뿌리 정치’의 노하우나 실력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국운영위에서 당권파가) 부정경선 조사 결과를 두고 ‘부정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며 버티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그게 국회 의석 13석의 제3당에서 할 수 있는 말이냐.”

“민주당이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니 통합진보당에 기대를 걸었다”는 지지자 이아무개(31·서울 대방동)씨는 “다수가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힘의 논리와 스스로를 돌아볼 줄 모르고 잘못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구시대 운동권의 악습이 엮인 결과”라고 평했다.

통합진보당은 어쩌다 지지자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 처지에 놓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총선을 앞두고 옛 민주노동당과 옛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모여 당을 급조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라는 정치적 기회를 통해 교섭단체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전망 아래 만들어졌다. 그러니 이념과 정책·가치를 공유하기보다, 파벌이 연합한 정당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당권파의 뿌리 깊은 ‘패권주의’와 끼리끼리 모이는 정파주의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1991년 민중운동 진영이 만든 연대체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하 전국연합)에서 출발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1997년 대선 당시 전국연합은 진보 후보인 권영길 ‘국민승리21’ 선거운동본부에 참여했는데, 정작 선거에선 다수가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를 지지했다. 이때 끝까지 권 후보를 지지하고, 평등파(PD)와 손잡고 민주노동당 창당까지 함께한 이들이 바로 경기동부연합이다.

그런데 창당 이후 전국연합이 뒤늦게 민주노동당에 참여하고, 당 규모가 커지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패권주의와 정파 논란이 불거졌다. 추가로 입당한 자주파가 경기동부연합과 함께 빠르게 당을 장악하면서, 이전까지 다수였던 평등파는 6 대 4로 밀리게 된다.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 수원지구당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언제든 붙잡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동료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했다. 하지만 같은 정파의 동료 이외에는 자신들의 사상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이 결국 다른 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패권주의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자기 정파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리투표를 하거나 투표함을 옮기며 표를 모으는 일을 했었다”고 밝혔다. 패권주의와 정파에 대한 우려는 일찍부터 당 공식 기관지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심각했다.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는 2003년 149호에서 “정파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 즉 드러나지 않는 권력으로 작동함으로써 결정은 하나, 그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노동당 내 정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동부연합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 연구’라는 논문에서 “당은 21세기에 활동하고 있는데 내부 정파구조와 질서는 20세기적 낡은 사고와 전망에 갇힌 채 형성됐다”며 “낡은 정파질서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운동권 동창회’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06년 당대표 선거 직후에도 위장전입, 집단 주소이전, 당비 대납, 대리투표 등의 부정선거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됐지만, 그럴 때마다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문제를 봉합한 점도 이번처럼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배경이 됐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당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논의하면 자칫 보수 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되고, 그러면 당 존립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판단해 문제가 있다고 여겨도 덮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번 부정경선 조사 결과를 놓고 당권파가 “조·중·동에 먹잇감을 던져줬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이번 부정경선 파문을 진보정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제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의 정파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됐다. 각 정파들은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당내 주도권이 아니라, 누가 더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이념·정책·인물을 갖고 있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김보협 김외현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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