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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현기환 제발 저렸나…묻지도 않은 기지국 변명 ‘의아’

등록 2012-08-08 08:15수정 2012-08-08 09:21

‘의혹의 핵’ 말바꾸기 연발
지난 3일 최고위서 “현영희와 통화 사실일땐 자살”
윤리위 소명서엔 “공천결과 알리려 두차례 통화”
수사내용 아는듯 “같은 기지국 있다고 만난거냐”
3억 전달의혹 조씨, 3월15일 행적 세번째 말바꿔
새누리당 공천 금품수수 의혹의 핵심 인물인 현기환 전 의원 진술이 속속 바뀌고 있다. 현 전 의원은 자신에게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과 단 한번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소명서에서는 현 의원과 공천 직후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며 그동안의 진술을 번복했다. 결백을 주장해온 그의 말에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다. 현영희 의원의 아리송한 태도와 조아무개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의 잦은 말 바꾸기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 현기환의 말 바꾸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3일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을 차례로 불러, 의혹과 관련한 소명을 들었다. 먼저 최고위에 출석한 현기환 전 의원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현영희 의원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최고위 참석자가 전했다. 어느 최고위원이 “공천위원이니 공천심사 문제로 통화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물었지만, 현 전 의원은 “그게 사실이 아니면 자살한다. 단 한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현 전 의원이 나간 뒤 최고위에 출석한 현영희 의원 진술은 정반대였다. 현 의원은 “현 전 의원에게 몇 차례 전화를 했는데 대부분 휴대전화가 꺼져 있거나, 신호는 가는데 안 받았다. 두번인가 세번쯤 통화가 됐지만, 현 전 의원이 ‘바쁩니다’ 하고는 바로 끊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기환 전 의원은 6일 당 윤리위원회에선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윤리위에 제출한 소명자료에서 “(비례대표) 공천이 끝난 다음 현영희 의원과 두차례 통화했다. 한번은 공천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서, 또 한번은 개혁공천이 됐으니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많이 도와주라고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경대수 윤리위원장은 “지난 3일 최고위 땐 현 의원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져 물었더니, 현 전 의원은 ‘내가 전화를 한 건 (공천이 끝난) 선거운동 기간이다. 공천심사 기간엔 내가 직접 전화한 적이 없고, 현 의원이 전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또, 현 전 의원은 “공천심사 기간 중에 실제로 통화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현 의원에게 전화가 온 건 기억이 없어 최고위 때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공천 기간에도 전화가 오갔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통화한 사실이 없다”와 “통화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차이가 크다. 현 전 의원이 뭔가 감추고 싶은 게 있기 때문에 현 의원과의 통화 사실을 처음에 강하게 부인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 중간전달자 조씨의 말 바꾸기 3월15일 저녁 현영희 의원 수행비서 정아무개씨로부터 3억원을 건네받아 현기환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씨는 지난 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조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선, 당시 정씨를 서울역에서 만나 5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주장한 것처럼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지만 돈을 받은 사실도 시인한 것이다.

이는 당일 행적과 관련해 조씨가 세번째로 말을 바꾼 것이다. 지난 3일 그는 “낮에는 부산 롯데호텔에 있었고, 저녁에는 (부산) 온천장에서 회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하루 뒤엔 “서울에 간 건 맞지만, 서울역이 아닌 강남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고 말했다. 조씨가 계속해서 말을 바꾸다 정씨를 만났다고 한 것은, 그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물증이나 정황을 검찰이 제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최고위원회에 검찰 수사내용 보고 의혹 검찰 수사내용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미리 알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한 당직자는 “당에서 마련한 검찰 수사 관련 보고자료에, 검찰이 (현기환 전 의원과 조씨가) 3월15일에 같은 기지국 통화범위 안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내용이 구두로 보고되진 않았다. 문건은 회의 뒤 회수해 갔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의 보고에 대해 몇몇 참석자들은 “같은 기지국 통화범위 안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두 사람이 만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던 시점에선, 검찰이 그런 내용을 수사중이란 사실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때였다. 따라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어떻게 검찰의 수사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검찰 수사내용이 새누리당으로 흘러들어왔을 수 있는 것이다. 현기환 전 의원도 검찰의 이런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 전 의원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 출석해 “내가 현영희 의원이나 조씨와 같은 기지국에 있다는 통화기록 내역이 나와도 그것이 조씨를 만났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의 핵심 당직자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현 전 의원이 먼저 그런 얘기를 해서 당시엔 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조혜정 성연철 기자, 부산/이수윤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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