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왜 김용준 선택했나
박근혜 당선인은 24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법치와 원칙을 바로세우고, 무너져내린 사회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치와 안전,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콘셉트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해 법에 밝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지만 역대 최연소인 19살 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성공 드라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이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장과 인수위원장에 이어 첫 총리로까지 김 후보자를 거듭 선택한 것은 이런 배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치와 사회질서 확립은 박 당선인이 매우 강조하는 과제다. 김 후보자도, 지명 배경이 뭐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평생 법을 전공하고 법률을 다뤘다.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가) 인수위원장을 맡으면서 분과별 인수위원들과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교감하면서 인수위원회를 합리적으로 이끌어왔다”고 평가했다. 한 핵심 측근은 “김 후보자가 선대위에서 별로 무리하지 않고 어른으로서 잘 운영한다는 평을 받았고, 인수위원장을 하면서도 실무 능력을 검증받으면서 박 당선인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존재감이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무색무취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김 후보자의 고분고분한 스타일이 박 당선인의 ‘취향’에 꼭 들어맞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개성과 주장이 강한 사람보다는 자신에게 뜻을 맞춰줄 사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선대위원장 때부터 자기주장을 공개적으로 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인수위 첫 전체회의에선 언론접촉 창구를 대변인으로 단일화하도록 지시하면서,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계법령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입단속을 한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인수위 안팎에선 ‘박근혜 당선인 코드 맞추기’란 해석이 있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입이 무거운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과정이 알려지는 걸 혼란이라고 여기는 박 당선인의 생각에 꼭 들어맞는 언행이었기 때문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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