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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신경전·실랑이…검찰개혁안은 ‘국회 410호실’을 넘지 못했다

등록 2013-04-28 20:27수정 2013-04-28 21:5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열린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사면법 개정안과 변호사법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다.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열린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사면법 개정안과 변호사법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다. 뉴스1
‘연기·연기’ 국회 법안심의 무슨 일이…
*국회 410호실 : ‘입법 8부능선’ 법사위 소위가 열리는 곳

#장면 1.

“장관한테 보고도 안 됐는데….” 지난 19일 오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국회 본관 446호실 밖으로 안전행정부 공무원들이 튀어나왔다. 안행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대체휴일제 법안을 갑작스럽게 의결하자,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법안심사소위에 대체휴일제 법안 주무 부처로 참석한 안행부는 과거에도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내왔다. 18대 국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 다수가 안행부의 전신인 행정안전부의 의견에 동조하며 법안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의 대체휴일제 법안은 1년 동안 무려 4차례나 심사를 거치고도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윤 의원은 “당시 야당 의원들은 모두 찬성하는데 일부 여당 의원들이 재계 쪽 로비를 받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믿었던’ 여당 의원들에게 갑작스레 뒤통수를 맞은 안행부 공무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붙들고 446호실 주변을 서성거렸다. “일단 오늘은 어쩔 수 없고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주저앉히자”는 말이 오갔다. 유정복 장관까지 나선 안행부는 결국 25일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대체휴일제 법안 처리를 9월 정기국회로 미루는 데 성공했다.

#장면 2.

“이건 징계가 아니라 형사처벌감 아닌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석전문위원의 법안 검토보고를 들은 한 야당 의원이 뭔가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이 낸 검사징계법 개정안에서 ‘고문·가혹행위·불법체포·감금 등 적법 절차를 위반한 인권침해 행위’를 징계 사유에 포함시키도록 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문이나 가혹행위는 징계가 아니라 처벌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테이블 끝에 앉은 법무부 검찰국장이 바쁘게 서류를 뒤적이다 목울대가 움직이게 침을 삼켰다. 그러자 검찰 출신 여당 의원이 논의 방향을 갑자기 틀었다. “제2조 2호 내용을 징계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해당 조항은 ‘중대한 수사 미진, 법리 검토 소홀, 합리성 없는 증거로 기소하는 등 공소권을 남용할 때’도 검사를 징계하도록 했는데, 검사의 판단을 이런 식으로 제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의원들이 법전을 뒤지기 시작했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 의견이 갈린다. 지금은 합의가 어려울 듯하니 이 내용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도록 하자”고 끊었다. 결국 논의는 미뤄졌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법안 심사 풍경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안행위 법안소위의 돌발
여야, 19일 대체휴일제 의결에
“장관께 보고도 안됐는데…”
‘뒤통수 맞은’ 공무원들 북새통
유정복 장관 나서 재계 대변
25일 전체회의서 결국 ‘9월 연기’

# 법사위 법안소위의 공방
11건 심사목록 오른 25일
검사징계 개정안은 여당서 딴죽
‘검찰청법’은 법무부서 반대
결국 단 1건도 처리 못하고
하루종일 입씨름만 했다

국회 본관 410호. 법사위원장실 옆에 붙은 이 좁은 방이 ‘입법의 8부 능선’인 법사위 법안심사 제1·2소위가 열리는 ‘병목’이다.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는 법사위 고유 법안을, 제2소위는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들을 심사한다. 16개 상임위에서 만들어진 모든 법안이 여기를 통과해야 406호에서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본회의로 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위헌성 등 법리 충돌 여부를 가리며 법적 완결성을 높이는 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의 원래 구실이지만, 이곳에선 여야는 물론 관련 부처들과 각종 이익단체들까지 가세해 상임위 차원에서 막지 못해 법사위까지 넘어온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안을 저지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각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 등에서 ‘1차 저지선’이 뚫릴 경우 ‘입법을 가로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9월로 입법이 미뤄진 대체휴일체 법안이 설사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다시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치면서 얼마든지 그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는 모두 5개 법안 11건의 개정안이 심사목록에 올랐는데, 시작부터 검찰 관련 법안을 놓고 격돌했다. 야당 의원들이 “검찰 관련 법안은 날짜를 따로 잡아 집중 심사하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오늘은 예정된 안건만 논의하자”며 난색을 표했다. 위원장이 검찰 출신임을 겨냥한 듯 야당 쪽에서 “검찰개혁을 할 생각이 있는 거냐”는 고성이 튀어나왔다. 위원장 역시 “지금 나를 야단치시는 거냐”고 맞받았다.

27분 만에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논의는 법무부 장관의 사건 지휘를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다시 불붙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는 ‘장관 구두 지시’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는 서면으로만 해야 한다’는 야당 쪽 개정안에 법무부가 반대의견을 냈다. “첨단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 서면으로만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허허~.” 야당 쪽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전자서명도 있는데 무슨….” 검찰국장이 “개별사건에 대한 서면지휘는 2005년 1건(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지휘 사건) 이외에는 없다”고 하자, 야당 쪽에서 “에이, 말도 안 돼”, “그러면 법무부가 서면지휘를 반대할 이유가 없잖아”라는 말이 쏟아졌다. 검찰국장이 주춤하자 또다른 검찰 출신 여당 의원이 나섰다. “당시 천정배 장관의 불구속 서면지휘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이해할 수 없다.”

법무부는 무조건 반대하고, 검찰 출신 의원들이 ‘도우미’로 나서는 모양새는 대검찰청에 검찰총장 직속으로 수사 부서를 두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서도 반복됐다. 검찰국장은 “입법으로 하지 않아도 저희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고, 검찰 출신 여당 의원들은 “법으로 수사를 막는 것은 검찰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일선에서 수사하면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고 대검에서 하면 지켜지지 않는다는 식의 법안은 옳지 않다”며 ‘친정’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는 아무런 법안도 의결하지 못한 채 오후 3시50분에 끝이 났다.

현재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는 대통령의 특별사면 권한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도 여야의 의견차가 크다는 이유로 발이 묶여 있다. 재벌 총수의 집행유예를 어렵게 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법안이 아니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나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법안 직권상정이 어렵게 되면서 ‘본회의 상정’의 전권을 쥔 법사위원장의 권한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안 때문에 각 부처 수장들이 모두 찾아온다. 실세 서열로는 국회의장 다음이 법사위원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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