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귀태’(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원내대변인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귀태 발언’, 새누리에 역공 빌미 줘
국회차원 ‘대화록’ 공개 둘러싸고
2주 흘려보내 전략적 패착 비판도
국조특위 위원 논란 정리도 늑장
국회차원 ‘대화록’ 공개 둘러싸고
2주 흘려보내 전략적 패착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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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생트집 작전’에 끌려다니고 있다.”(민주당 초선 의원)
국정원 국정조사 등을 파행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억지 꼬투리’도 문제지만, 민주당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처럼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사안을 놓고도, 돌출발언과 지도부의 전략 미숙으로 여당에 되치기를 당해 수세에 몰리는 형국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비유적인 ‘귀태 발언’을 문제 삼아 원내 일정까지 중단한 새누리당을 비판했지만, 내부에선 “괜한 빌미를 줬다”는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새누리당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국정원 국정조사에 소극적인 새누리당에 역공의 호재를 안겨줬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광주 당원보고대회’에서 임내현 의원이 ‘대선 원천무효 투쟁’을 언급한 뒤 지도부가 발언 자제를 당부했지만, 누수는 ‘원내 공식논평’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를 이끌어내고도, 이를 정국의 주요 이슈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당내 지적도 많다. 민주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열람·공개 요구’를 추진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와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과 같은 본질적 사안을 한동안 묻어버리는 ‘전략적 패착’을 범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조차 “대화록 열람·공개 논란으로 아까운 2주를 흘려버렸다. 김한길 대표가 ‘엔엘엘(NLL) 포기 논란’에 맞서 정치생명까지 걸며 열람을 주장한 문재인 의원을 설득해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엔엘엘 논란을 질질 끌고 가려는 새누리당의 의도를 차단하고 국정조사에 집중하려면 대화록 열람·공개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정원 국정조사는 실시계획서도 채택하지 못한 상태이고, ‘대선 때 대화록을 입수해 유세 때 읽었다’는 김무성 의원의 발언은 벌써 잊혀져 가고 있다.
민주당이 대화록 공개 논란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국정원 국정조사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이번엔 국정조사 특위 위원 ‘제척(배제) 논란’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새누리당이 특위 위원 중 야당이 문제 삼은 정문헌·이철우 의원을 먼저 사퇴시키는 ‘선수’를 치며, 자신들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혐의로 고발한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배제해야 국정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억지 주장일 수밖에 없지만, 새누리당은 외견상 국정조사 지연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려는 목적을 달성했다.
당내에선 국정조사의 파행이 길어지지 않도록, 제척 문제를 지도부가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의원을 뺄 수 없다면 여당의 주장을 궁색하게 만드는 논리를 통한 여론전으로 새누리당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두 의원을 사퇴시켜 국정조사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제척 문제에 대한 특위의 결정을 일단 존중하기로 했고, 특위에서 잘 정리되지 않으면 지도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도권 초선 의원은 “국정조사가 8월 중순께 끝난다. 지도부가 빨리 결단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새누리당이 여러 핑계를 대며 국정조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예견됐다. 현 지도부의 정국 대처능력이 떨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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