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이 찾지 못한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단과 열람위원 간사가 비공개회의를 하던 중 취재진이 사진을 찍자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운영위원장(맨 오른쪽)이 손사래를 치며 나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맨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최 위원장, 황진하 새누리당 열람위원 간사, 우윤근 민주당 열람위원 간사, 진정구 운영위 수석전문위원,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화록 행방을 놓고 온갖 가설 난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 관리코드는 ‘P12’이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별로 구분하고 기록물 생산기관, 생산연도, 생산자명, 수집방법, 수량, 언어, 파일명·하위파일명 등 모두 7개 영역 29개 항목으로 구분해 분류·보관한다. 기록관에 보관된 P12로 시작되는 기록물은 755만여건이다. 하지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대화 녹음파일은 18일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기록물 보관 책임을 진 국가기록원이 18일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정적’ 답변으로 논란을 키우면서 대화록의 행방을 놓고 온갖 가설이 난무하고 있다.
아예 없다?
참여정부, 국정원본 놔둔 채
기록원본 폐기했을 리 없어
MB·현 정부 ‘모험’할 이유 낮아 못 찾았다?
기록물 이관때 문제 있었거나
전산시스템 불완전성 지적
분류 잘못돼 검색 안될 수도 ■ 참여정부가 안 넘겼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국가기록원의 답변을 근거로 참여정부에서 대화록을 처음부터 넘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등 불리한 내용을 감추려고 관련 기록을 폐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가정보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그대로 놔둔 채 15년간 열어볼 수 없도록 ‘봉인’될 국가기록원 이관 자료만 폐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임상경 초대 대통령기록관장, 참여정부 청와대의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이창우 제1부속실 행정관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화록은 그해 10월 국정원에서 작성한 초안이 청와대에 보고된 이후 안보정책실의 보완 작업을 거쳐 그해 12월경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을 통해 대통령께 보고됐다. 정상회담에 기록 담당으로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안보정책비서관이 회의록 최종본을 작성했고, 안보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라며 “대통령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1부속실에서 기록물을 담당했던 이창우 행정관에 의해 지정기록물로 처리,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다”고 밝혔다. 이관 절차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대화록 공개를 강하게 요구하고 사실상 이를 관철시킨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대통령기록물 이관 과정을 책임졌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라는 점도 폐기가 아닌 성실 이관 쪽에 무게를 실어준다. ■ 대통령기록관이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기록물 전문가들은 ‘보관돼 있지만 찾지 못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참여정부 이지원시스템과 대통령기록물영구관리시스템(PAMS·팜스) 연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다. 팜스는 청와대 등 여러 기관에서 저마다 다른 형식으로 작성된 전자기록물을 ‘내용 변경이 곤란한 형식으로 장기보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시스템이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통합관리하는 것인데, 당시 이관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데이터의 안정적 이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계획한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인수·검수를 실행했다”고 회고했다. 성공적으로 이관이 됐다고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분류·보관만 해왔지, 국가기밀인 해당 자료를 실제 검색·열람한 적이 많지 않아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그동안 검증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대화록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국가기록원장을 지낸 송귀근 전 원장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국가기록원장도 볼 수 없다. 대화록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있는지 없는지 검색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기록물을 퇴임 뒤 사저로 ‘유출’했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수사하면서 관련 기록물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당시 검찰도 200만건에 이르는 기록물 파일을 일일이 열어본 것이 아니라 파일마다 생성되는 32자리 ‘해시 함수값’만 비교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소장은 “팜스의 신뢰도를 어떻게 봐야 할지 애매하다. 기록관도 비밀에 대한 검색은 많이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참여정부 이지원시스템을 다시 구동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기록물 이관을 앞둔 2007년 기록이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당시 대통령지정기록을 한 건씩 보호하는 방안과 묶음단위(단위과제·소기능·부서)로 보호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단위과제(기록철)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특정 지정기록과 연결되는 기록까지 기록철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화록이 특정 기록물에 숨어들어가 검색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비밀기록은 그 내용을 보호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표제를 붙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용은 남북정상회담이지만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이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넘긴 뒤 파기·유실? 참여정부는 제대로 이관했지만, 이명박 정부, 혹은 현 정부에서 대화록이 폐기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대화록 내용이 유출돼 선거에 활용되는 등 대통령지정기록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기록물 이관에 참여한 이들이 “대화록 관리 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 있다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한다”며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 폐기라는 엄청난 범죄까지 저지르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은 ‘음모적 가설’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전두환 비자금’ 노숙인 계좌까지 동원해 수십억 세탁…사채업자도 활용
■ 노량진 참사 희생자들, 강물 밀려드는 터널에서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 왜 ‘꽃보다 할배’인가?
■ 사설 해병대 캠프 참가한 고교생 5명 파도에 휩쓸려 실종
■ [화보] 경복궁에서 미스코리아대회가?…그시절 경복궁에선 별의별 일들이
참여정부, 국정원본 놔둔 채
기록원본 폐기했을 리 없어
MB·현 정부 ‘모험’할 이유 낮아 못 찾았다?
기록물 이관때 문제 있었거나
전산시스템 불완전성 지적
분류 잘못돼 검색 안될 수도 ■ 참여정부가 안 넘겼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국가기록원의 답변을 근거로 참여정부에서 대화록을 처음부터 넘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등 불리한 내용을 감추려고 관련 기록을 폐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가정보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그대로 놔둔 채 15년간 열어볼 수 없도록 ‘봉인’될 국가기록원 이관 자료만 폐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임상경 초대 대통령기록관장, 참여정부 청와대의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이창우 제1부속실 행정관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화록은 그해 10월 국정원에서 작성한 초안이 청와대에 보고된 이후 안보정책실의 보완 작업을 거쳐 그해 12월경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을 통해 대통령께 보고됐다. 정상회담에 기록 담당으로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안보정책비서관이 회의록 최종본을 작성했고, 안보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라며 “대통령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1부속실에서 기록물을 담당했던 이창우 행정관에 의해 지정기록물로 처리,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다”고 밝혔다. 이관 절차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대화록 공개를 강하게 요구하고 사실상 이를 관철시킨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대통령기록물 이관 과정을 책임졌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라는 점도 폐기가 아닌 성실 이관 쪽에 무게를 실어준다. ■ 대통령기록관이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기록물 전문가들은 ‘보관돼 있지만 찾지 못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참여정부 이지원시스템과 대통령기록물영구관리시스템(PAMS·팜스) 연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다. 팜스는 청와대 등 여러 기관에서 저마다 다른 형식으로 작성된 전자기록물을 ‘내용 변경이 곤란한 형식으로 장기보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시스템이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통합관리하는 것인데, 당시 이관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데이터의 안정적 이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계획한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인수·검수를 실행했다”고 회고했다. 성공적으로 이관이 됐다고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분류·보관만 해왔지, 국가기밀인 해당 자료를 실제 검색·열람한 적이 많지 않아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그동안 검증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대화록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국가기록원장을 지낸 송귀근 전 원장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국가기록원장도 볼 수 없다. 대화록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있는지 없는지 검색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기록물을 퇴임 뒤 사저로 ‘유출’했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수사하면서 관련 기록물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당시 검찰도 200만건에 이르는 기록물 파일을 일일이 열어본 것이 아니라 파일마다 생성되는 32자리 ‘해시 함수값’만 비교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소장은 “팜스의 신뢰도를 어떻게 봐야 할지 애매하다. 기록관도 비밀에 대한 검색은 많이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참여정부 이지원시스템을 다시 구동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기록물 이관을 앞둔 2007년 기록이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당시 대통령지정기록을 한 건씩 보호하는 방안과 묶음단위(단위과제·소기능·부서)로 보호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단위과제(기록철)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특정 지정기록과 연결되는 기록까지 기록철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화록이 특정 기록물에 숨어들어가 검색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비밀기록은 그 내용을 보호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표제를 붙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용은 남북정상회담이지만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이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넘긴 뒤 파기·유실? 참여정부는 제대로 이관했지만, 이명박 정부, 혹은 현 정부에서 대화록이 폐기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대화록 내용이 유출돼 선거에 활용되는 등 대통령지정기록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기록물 이관에 참여한 이들이 “대화록 관리 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 있다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한다”며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 폐기라는 엄청난 범죄까지 저지르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은 ‘음모적 가설’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전두환 비자금’ 노숙인 계좌까지 동원해 수십억 세탁…사채업자도 활용
■ 노량진 참사 희생자들, 강물 밀려드는 터널에서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 왜 ‘꽃보다 할배’인가?
■ 사설 해병대 캠프 참가한 고교생 5명 파도에 휩쓸려 실종
■ [화보] 경복궁에서 미스코리아대회가?…그시절 경복궁에선 별의별 일들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