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전 대표
10월 재보선 화성갑 출사표
“감히 이러쿵저러쿵 못해”
“감히 이러쿵저러쿵 못해”
“서청원 전 대표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눈치를 보며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가 24일 전한 당 지도부의 분위기다. “워낙 거물인데다가 과거 정치 경험이나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당에서의 입지를 볼 때 감히 누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10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화성갑에 공천 신청서를 낸 서청원(70)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당 지도부가 받아든 ‘뜨거운 감자’다.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차떼기 사건’과 2008년 제18대 총선 때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에서 부정한 정치자금에 연루돼 두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그를 공천할 경우 ‘구태 정치로의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 당시 친박계가 모두 나서서 그의 사면을 청원할 정도로 박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인 만큼 ‘청와대 공천’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화성갑에 연고가 거의 없는 서 전 대표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반발도 부담이다. 그러나 친박계 원로로 옥살이까지 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정과 의리’를 요구하는 그를 내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새누리당의 정서다. 한 당직자는 “서 전 대표는 정치역학상 ‘내가 공천을 신청하면 당에서 안 줄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탓에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서청원 전략공천’설이 나돌고 있다.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는 공직후보자로 부적격한 것으로 본다’는 공천 관련 당규가 있음에도, 서 전 대표는 23일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다. 이날 서 전 대표는 당내 최측근인 노철래·이우현 의원, 박종희 전 의원을 대동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나타났다. 공천심사위원장인 홍문종 당 사무총장이 직접 엘리베이터 근처까지 나와 영접했고, 면접심사도 10~20분에 그친 경쟁자들과 달리 30여분이나 진행했다. 홍문종 공심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서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를 가지신 분이 화성에 와서 (지역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다”, “서 전 대표의 외갓집도 화성이라 전혀 연고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드러내 놓고 서 전 대표를 ‘엄호’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사실상 서 전 대표를 공천 내정하고, 형식적 심사를 진행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화성갑은 사실상 여당의 홈그라운드인데 전략공천을 할 이유가 없는 지역이다. 어떤 사람을 꼭 불러내야 할 경우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서 전 대표 공천 내정설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홍문종 공천심사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략공천 방침을 세운 적이 없다. 어디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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