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에 대한 야당 일각의 반발로 일괄 처리하기로 했던 새해 예산안 심의가 지연되면서 31일 밤늦게 이군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뒷모습)이 예산안조정소위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당 내부 “재벌특혜” 반발 거세
김한길 대표가 설득끝 상임위 통과
김한길 대표가 설득끝 상임위 통과
* 외촉법 : 외국인투자촉진법
31일 새해 예산안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을 일괄통과시키려던 국회는,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이라는 돌발변수에 부딪히며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까지 국회 통과를 강조한 바 있는 외촉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인 투자자와 함께 자회사(증손회사)를 만들 경우 이 손자회사의 보유지분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도록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이 법안 통과를 주문한데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할 ‘경제활성화’의 상징적인 법안으로 여겨 야당에 본회의 처리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 일부와 시민사회에선 지에스(GS)칼텍스·에스케이(SK)종합화학 등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반대해왔다.
이런 ‘뇌관’이 잠재돼 있었음에도 외촉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정원법 개정안 등의 논란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이날 오후와 저녁 두차례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외촉법을 둘러싼 의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과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 등은 ‘재벌특혜·경제민주화 역행 법안’이라며 외촉법 통과에 반대했다. 특히 박영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식으로 하려면 정무위에서 논의해야 할 법인데 산자위에서 올린 것 자체가 원칙에 어긋나는 변칙이자 편법이다.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법을 단 하루 만에 날조해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동철·주승용·이언주 의원 등은 ‘무조건 재벌특혜라고 밀어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가 있더라도 이 문제로 예산안·국정원법 등 일괄타결 협상이 깨지면 안 된다’는 논리로 외촉법 통과를 주장했다.
당내 논란이 커지자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재협상을 시도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과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최경환 원내대표를 찾아가, 외촉법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새누리당이 반대해온 상설특검을 설치하자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국정원법 개정안에 불만이 큰 새누리당 쪽에선 외촉법과 국정원법을 2014년 2월 임시국회로 넘겨 처리하고, 이날은 예산안만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법사위 전까지 절차를 자신에게 위임해달라고 의원들을 설득했고, 외촉법은 원안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강화한 방향으로 수정돼 산자위를 통과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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