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상인들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광주/뉴스1
올들어 두번째 광주·전주등 찾아
“시민들과 조강지처 관계” 강조
‘안철수 바람’ 흔들리는 민심잡기 나서
당 혁신 구체적 계획안은 못내놔
“시민들과 조강지처 관계” 강조
‘안철수 바람’ 흔들리는 민심잡기 나서
당 혁신 구체적 계획안은 못내놔
“호남 없는 민주당은 생각할 수가 없다. 미우나 고우나 지난 60년 동안 민주당은 여러분이 키워주신 정당이다.”(김한길 대표)
“민주당은 많은 우여곡절과 만고풍상을 함께하며 호남·광주 시민들과 조강지처적 관계를 가져왔다.”(전병헌 원내대표)
20일 호남을 방문한 민주당 지도부의 ‘구애’는 적나라했다. 1월에만 벌써 두번째 ‘남행 열차’를 탄 이들은 ‘안철수 바람’에 흔들리는 지역 민심을 다잡으려는 듯, 노골적인 감성 언어를 총동원해 민주당과 호남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는 “민주당에 있어 호남은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갈 곳 없는 아이가 찾아가는 외할머니네 툇마루와 같은 곳”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역량과 활동이 기대에 못 미쳐 국민의 질책을 받을 때조차 호남은 ‘외할머니의 마음’으로 민주당을 감싸안아 왔으니, 앞으로도 변함없이 버팀목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광주는 민주당과 민주정부의 모태이고 발원지”라고 치켜세웠고, 양승조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호남의 적자이자 맏이”라고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동행한 지역구 의원들은 오전 9시 광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 뒤 오후 5시30분 전주 남부시장 상인회 간담회까지 광주와 전남, 전북을 누비며 8개의 큼직한 일정을 소화했다. 바닥 민심을 다독이고 지역현안에 귀 기울이며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민주당에 묶어두려고 총력전을 편 것이다. 가는 곳마다 민주당과 호남의 특별한 연고를 앞세워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호남이 민주당을 도와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향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분열은 결코 새정치가 될 수 없다. 분열의 정치는 독선과 독주를 방조하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패배로 내모는 낡은 정치이고, 패배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며 안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민주당은 분열의 낡은 정치를 극복하고, 야권의 통합과 결집을 주도하여 승리의 정치, 통합의 새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조직된 힘이 뒷받침돼야 호남이 발전한다는 논리도 폈다. 광주시 예산 3조원대 달성, 전남 예산 4조8000억원대 확보, 전북 예산 6조원대 확보 등을 민주당의 구체적 성과로 거론하며, “민주당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못 해냈을 일”이라고 자평했다. 정당이 없는 안 의원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옛정’ 말고 호남이 민주당을 계속 지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한 비전과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김한길 대표는 “담대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패배주의를 떨치고 이기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했지만, 그 방법론으로 제시한 건 ‘계파주의 청산’ 말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 흔들리는 호남을 붙들 혁신과 개혁 계획도 불분명하다. 상향식 공천, 개혁공천 원칙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여부가 결론나지 않았다”며 언급을 피했다.
광주 전주/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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