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해산심판 청구 1년…혁신안 준비중
종북 프레임 극복 밝히고도 구체안 마련 안해
종북 프레임 극복 밝히고도 구체안 마련 안해
“늦은 감이 있지만 변화해야 한다.”
6·4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에 낙선한 지역의 통합진보당 한 인사는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역에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해보겠다고 노력했지만, 중앙정치가 종북 논란에 휘말리며 지역에서 일궈냈던 것들이 모두 중단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종북몰이’에 대한 비판에 앞서 “이제는 (당이) 변해야 한다. 내부 혁신 갖고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5일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 1년을 맞는 통합진보당은 현재 마련 중인 당 혁신안을 바탕으로 다음달 중 새 지도부를 선출해 당의 위기상황을 추스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012년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 2013년 8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등을 거치며 잃었던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한참 멀어 보인다. 혁신안도 ‘추상적인 구호’에만 그치고 ‘종북 논란’과 선을 그을 명확한 계획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당내에 ‘단결과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현재 광역시도당 순회토론을 진행하며 혁신안을 만들고 있다. 오는 23일 임시당대회을 열어 ‘혁신안’을 채택하고, 당대표와 최고위원, 광역시도당 위원장 등 새 지도부를 12월 중 선출할 예정이다. 현재 통합진보당이 준비중인 혁신안은 △배타적 지지를 철회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무너진 당의 지지기반을 복원하고 △‘종북프레임’ 극복을 통해 대중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진보진영 통합을 실현한다 등의 세가지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문제는 종북 논란을 극복하자면서도 그 명확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미지수다. 민병렬 단결과혁신위원장은 “국민들 눈에 종북 논란을 털지 못하고 문제를 자꾸 피해가는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기초해 (북한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당직자도 “우리가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것이지 북 체제를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다. 앞으로 북한문제에 대해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당의 강령을 바꾸거나 북한의 3대세습이나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통합진보당 당원은 당 혁신안에 대해 “종북 논란에 대해 국민들 앞에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종북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언이든 퍼포먼스든 강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이 냉랭한 민심을 확인하고 참패했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시절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3명, 광역·기초의원 139명을 당선시켰지만. 6·4 지방선거에서는 37명의 광역·기초의원 당선에 그쳤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모든 정당이 선거에 패배하면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당으로서의 책임정치를 해야 ‘변화하려는구나’라는 인식을 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며 “지금 통합진보당에는 현실 직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인사도 “지방선거 이후 당연히 책임지고 정리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병렬 단결과 혁신위원장은 “정부의 탄압으로 정상적인 책임정치를 하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던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준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