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누리과정 예산 심사 파행과 관련해 모든 상임위원회 법안심사를 잠정 보류한 26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태 새누리당 간사(오른쪽)와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운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국토위는 전체회의를 개의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해 정회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앙정부가 우회지원’ 합의 다음날
여 “액수는 예결특위로” 주장하자
우윤근 원내대표 “인내심의 한계”
새누리는 “번복한 적 없다” 펄쩍
여 “액수는 예결특위로” 주장하자
우윤근 원내대표 “인내심의 한계”
새누리는 “번복한 적 없다” 펄쩍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핵심 쟁점이었던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문제를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6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합의를 번복했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 의사일정을 중단했다.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부담 규모와 심사방식을 두고 여당이 강경하게 버티고, 그동안 반대했던 담뱃세 인상 법안이 예산 부수법안에 포함되는 등 궁지로 몰리자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시·도교육청에 ‘우회 지원’하기로 여당과 합의했다며, 5233억원의 누리과정 예산과 지방채 발행 이자 895억원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와 달리 “액수를 확정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지원할 누리과정 예산 규모는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신 예결특위에서 심사하자고 맞섰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합의 번복’이라고 규정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거듭된 새누리당의 합의 번복과 무책임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고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주장에 펄쩍 뛰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여야 합의를) 번복한 적이 없고 당시 합의문은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함께 썼다”며 “(잠정 합의된 우회 지원 규모가) ‘5600억원’이라는 건 (합의문상에) 실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사업에 대한 예산이 증액됐든 삭감됐든 각 상임위가 예산결산특위에 넘기면 예결특위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그런 절차 없이 원내대표에게 그걸(금액을) 보장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예결특위에서 누리과정 지원 규모를 정하려는 이유로 ‘신속한 예산 처리’를 들고 있지만, 비교적 강성으로 꼽히는 설훈 새정치연합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문위가 증액 심사를 주도할 경우 예산 규모가 자신들의 생각보다 커질 수 있고, 심사 과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월1일까지 예산안을 합의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정부안이 자동으로 부의(본회의 회부)되고, 이튿날인 12월2일이 법정 예산안 처리 시한인 국회선진화법 규정도 여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예결위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 의사일정을 거부한 것은, 이런 판을 읽고 꺼낸 강경책으로 보인다. 더구나 야당으로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주장을 받아들여 담뱃세 관련 법안을 12월1일 본회의에 예산과 함께 부의되는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서 또다른 궁지에 몰린 측면이 있다. 여당이 바라는 담뱃세 처리를 자신들이 바라는 법인세 원상회복이나 주민세, 자동차세 재조정 등의 요구사항과 연계해 처리하려던 전략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새정치연합 원내 관계자는 “시간은 별로 없고 (상임위 거부 이외에) 뾰족한 수도 없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12월2일에 예산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할 수 있도록 수정안을 만들겠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여야는 27일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회동을 통해 누리과정 등 예산안 쟁점들을 두고 다시 합의를 시도할 전망이다.
이승준 서보미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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