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의원(왼쪽)과 박지원 의원이 2일 각각 전북도의회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항의로 ‘지지항목 없음’ 반영 않기로
박지원 “친노의 반칙” 거취 고민…경선룰 다툼 재연
박지원 “친노의 반칙” 거취 고민…경선룰 다툼 재연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경선 결과에 반영될 사소한 유불리를 두고 막판 파행 위기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2일 지난해 말 결정된 당대표 선출 시행세칙에 대해 항의하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자, 박지원 후보가 ‘친노의 반칙’이라며 경선 불참을 포함한 거취 고민에 들어갔다.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당대표 경선 등 주요 경선 때마다 룰을 바꿔온 결과 매번 반복되던 경선 불참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 우려를 맞고 있다.
이날 쟁점은 경선 결과에 25%가 반영될 여론조사를 합산할 때, ‘지지후보 없음’이란 항목을 비율에 반영할지 말지에 대한 논란이었다. 새정치연합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지지후보 없음’이란 항목을 비율에 반영한다고 결정을 내렸지만,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반영하지 않기로 이날 결정을 내렸다.
박지원 후보는 전준위의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지난해 12월29일에 만든 규칙으로 오늘까지 선거운동을 했고, 내일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된다. 투표가 시작되는데 오늘 규정을 바꿨다”며 “계파 독점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반칙에 대해 주위 분들과 거취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제이티비시>(JTBC)가 주최한 당대표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박지원, 문재인 두 후보는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문 후보는 “경선 규칙 변경이 아니라 6·4 지방선거 때의 방식대로 하자고 한 것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후보 없음은 합산하지 않는다”며 “근데 박지원 후보가 전대를 앞두고 갑자기 합산하는 쪽으로 변경하려다 제동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는“ 이미 12월29일 개정한 것이다. 몰랐으면 무능하고 알았으면 비열한 것”이라고 역공했다. 이인영 후보는 “(경선규칙 논란으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겠다면, 나는 퇴장하겠다”며 “이게 우리가 전당대회 앞두고 국민 앞에서 보일 모습인지…, 이 정도에서 마치자”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는 대의원 투표(40%), 권리당원 투표(30%), 일반당원 및 국민 여론조사(25%) 결과를 반영해 당대표를 뽑게 된다. 이날 쟁점은 25%를 반영할 여론조사의 수치 계산 방식이었다. 가, 나, 다 후보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서 가 후보 35%, 나 후보 25%, 다 후보 20%, 지지후보 없음 20%으로 나왔을 때를 예로 들어보면, 경선 시행 세칙에 따르면 가·나·다 후보의 득표는 35 대 25 대 20이 된다. 그러나 지지후보 없음 비율을 빼고, 가·나·다 후보의 득표를 100으로 해서 다시 계산하면 가·나·다 후보의 득표는 43.75 대 31.25 대 25가 된다.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문재인 후보는 ‘지지후보 없음’을 빼야 유리하고, 박지원 후보는 그 반대의 경우다.
논란이 커지자 비대위는 전준위에 결정을 위임했고, 전준위는 표결로 ‘지지후보 없음’을 빼기로 결론 내렸다. 김성곤 전준위원장은 “여론조사 방법은 6·4 지방선거를 준용하고, 최종 합산 방법은 5·4 전당대회 때의 것을 준용하는 것이었다. 지방선거 당시의 방법을 하는 게 맞음에도 여론조사 방법을 포괄 위임하면서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논란은 문재인 후보 쪽에 뜻밖의 타격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대세론으로 밀어왔던 문재인 후보 쪽이 자신들에게 다소 불리한 경선규칙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박지원 후보 쪽의 대의원 및 권리당원의 결집이 예상된다”며 “박지원 후보는 이를 쟁점화해서 판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최대한 알리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다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불리한 상황을 과감히 받아들여 자신에게 유리한 판으로 만드는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문 후보가 사소한 유불리에 매달리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어영 이승준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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