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앞은 김무성 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첫만남 화기애애했다지만
증세문제 워낙 달라 갈등 잠복
후속개각·청와대 인선도 고비
증세문제 워낙 달라 갈등 잠복
후속개각·청와대 인선도 고비
“어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당정청이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운영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그 전에 비해 소통과 대화가 훨씬 더 강화될 것 같아 참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은 적극 뒷받침하겠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전날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회동 뒤 유 원내대표의 기분이 몹시 좋아보였다는 측근들의 전언에 부합하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어진 발언은 결이 조금 달랐다. 그는 “(대통령에게) 지금 상황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틀에 갇히면 상당히 어려워지니, 세금과 복지 문제는 유연하게 대처하자고 건의했다. 당내 의견수렴과 여야 협의 과정을 대통령께서도 지켜봐 주시라고 건의드렸고 이해를 구했다”고 했다. “지금은 증세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경제활성화에 전념할 때”라며 ‘국민배신론’을 편 박 대통령과는 생각이 다르며, 박 대통령에게도 국회가 이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에선, 유 원내대표가 지금은 몸을 낮춰 박 대통령과 최대한 호흡을 맞추려고 하지만, 곳곳에 놓여 있는 ‘뇌관’ 탓에 갈등 관계로 돌아서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더구나 ‘복지-증세’ 논의는 유 원내대표가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어서, 쉽게 접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표결이 양쪽 관계의 첫번째 시험대다. 유 원내대표는 일단 이 후보자의 표결을 여당 단독으로라도 강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찬성을 ‘강제 당론’으로 할지,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길 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여당 내부의 ‘이탈표’ 때문에 이 후보자의 인준이 거부되기라도 하면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갈등 구도가 불가피해 진다.
총리 인준 뒤 있을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인선도 고비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야당이나 당내 소외된 그룹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 곁에 두시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런 고언이나 여론과 동떨어진 인사를 할 경우, 유 원내대표로선 박 대통령에게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정책 현안도 산적해 있어,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충돌할 소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