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맨 왼쪽)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혁신위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우원식,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상곤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정치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위원들 작심한 듯 쓴소리
이동학 “당원, 선거 때 동원되는 인형…끝나면 허수아비”
이동학 “당원, 선거 때 동원되는 인형…끝나면 허수아비”
“현재 모습에서 새정치연합 앞에는 천천히 죽는 길이 남았다. 이런 정당에 누가 국가권력을 맡기겠나.”(조국 혁신위원)
“당원들이 선거 때 동원되는 인형이 됐다가 선거 끝나면 허수아비가 된다.”(이동학 혁신위원)
“당은 지방활동가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영남의 경우) 표 없다고 늘 들러리였다.”(임미애 혁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12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혁신위원들은 작심한 듯 그간 쌓아뒀던 불만과 쓴소리를 쏟아냈다. 혁신위는 앞으로 100일 남짓 기간 동안 당 운영과 공천 등 쇄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4선 이상 용퇴’, ‘호남 현역 40% 이상 물갈이’를 외쳐 관심을 모았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반복돼도 기득권 고수(에만 힘쓰고), 선거 패배와 내부 분열에 익숙한 정당, 폐쇄적이고 늙은 정당, 만년 2등에 만족하는 정당에 국민은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번 혁신위는 멋진 보고서를 만드는 조직이 돼선 안 된다. 그것을 넘어서 혁신안을 즉각 집행하고 실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혁신위의 권한을 강조했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득권 타파를 위해 대의원과 지역위원장 선출 방식을 바꾸고 공천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당의 체질개선을 주문했다.
혁신위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이동학(33)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도 날을 세웠다. 이 부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새 시대를 제시해야 한다”며 “종이(에만 있는) 당원을 당장 불태워야 한다. 당원에 뿌리내린 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불모지인 경북 의성군에서 기초의원을 두 차례 지낸 임미애 혁신위원은 “제1야당이 어쩌다 (저같이) 시골에서 소 키우고 땅 일구는 촌부에게 혁신을 자문하는 지경까지 왔을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앞으로 일주일에 두차례 회의와 전국을 돌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름에 하나씩 분야별 혁신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혁신위원들이 강한 혁신의지를 보였지만 당내의 우려와 불신은 넘어서야 할 과제다.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원들 색깔이 제각각이어서 중구난방으로 흐르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당 관계자는 “과거 혁신위들도 좋은 개혁안을 만들었지만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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