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대표실을 나서며 중앙위원회 소집 공고 안내문 앞을 지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새정치 ‘재신임 갈등’ 고조
“변화 막는 기득권 뿌리깊어
그래서 안 전 대표도, 나도 성공못해”
중앙위·재신임 투표 예정대로 하기로
민집모 “혁신안 무기명투표하자”
내일 중앙위 전운 고조
“변화 막는 기득권 뿌리깊어
그래서 안 전 대표도, 나도 성공못해”
중앙위·재신임 투표 예정대로 하기로
민집모 “혁신안 무기명투표하자”
내일 중앙위 전운 고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중앙위원회를 연기하고 재신임 투표를 취소해 달라”는 안철수 의원의 제안에 대해 ‘중앙위는 예정대로 개최하고, 추석 전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며 거부했다. 당내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고조되면서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을 처리할 16일 중앙위원회가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14일 저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안 의원의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혁신위의 혁신안은 갑자기 솟아난 것이 아니다”라며 “변화의 갈망을 가로막는 기득권 문화는 너무나 뿌리 깊고 강고해서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깨트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의 상징인 안 전 대표님도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고, 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러 번의 혁신 논의가 실천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며 혁신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과 당내 비주류들의 중앙위 연기 등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재신임 투표를 취소하라는 안 의원과 당내 여론에 대해서도 “재신임 투표를 취소하라는 요청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저에 대한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우리 당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고 추석 전 재신임 절차 강행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혁신안이 통과되고 재신임을 받게 된다면 당의 단합과 통합을 위한 노력, 민생과 정책 행보, 인재 영입을 하겠다”며 안 의원의 협조도 구했다. 이 글은 문 대표가 이날 오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쪽 관계자는 “주변에서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안 의원에게 진심어린 답을 하는 게 예의라는 게 대표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쪽은 “안 전 대표가 보낸 제안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아닌 것 같다”고 문 대표의 의도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문 대표의 이런 답변은 이에 앞서 나온 비주류 회의체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요구에 대한 거부로도 읽힌다. 민집모는 이날 중앙위원회의 공천 혁신안 의결에 무기명 투표 도입을 요구하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앙위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14일 모임 뒤 기자들과 만나 “중앙위를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로 미루거나, 예정대로 16일 강행하려면 표결 방식을 무기명 투표로 바꿔야 한다는 게 합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한길 의원의 측근인 주승용 최고위원, 안철수 의원 및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까운 문병호·최원식 의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신학용 의원, 김영환 의원이 참석했다. 비주류 쪽 세력의 대표들이 대부분 모인 셈이다. 문 의원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표 참여를 재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이를 거부할 것이 확실해 보며, 중앙위에 비주류 쪽이 대거 불참하거나 표결 과정에서 서로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전날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요구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표와 비공개 만남 뒤 “진의와 다른 표현으로 (본뜻이) 잘못 전달된 점에 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이날 ‘최고위원회 불참’으로 드러냈다.
이승준 이세영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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