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기 공치사 다퉈
실제론 두 당 경쟁적 ‘합작품’ 이번에는 야당이 빨랐다. 2일 오전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가 당정협의를 통해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절반 가까이 내리는 인하안을 확정 발표하자,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정책위원회는 “2012년부터 우리당 의원들이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절치부심 노력 끝에 이뤄낸 성과”라고 선공을 날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반값인하 성취!’ 등의 펼침막도 발빠르게 내걸었다. 새누리당이 발끈했다. 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당정협의를 거쳐 카드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는데, 야당이 자기들이 한 것인냥 플래카드를 길거리에 내걸고 있다. 얌체짓, 몰상식한 짓”이라고 했다. 나성린 민생119본부장도 “당에서 정부를 압박해 인하를 결정했다. 야당이 주장했던 인하안보다 우리 쪽 인하폭이 더 크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뒤늦게 이날 오후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수수료 절감, 새누리당과 소상공인이 해냈습니다’ 등의 문구가 들어간 펼침막을 내걸었다. 수수료 인하의 공은 여야가 두루 나눠가지는 게 맞다. 2000년대 말부터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에서 전국의 식당주인 7만5000여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자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직접 참석해 수수료율 인하를 약속했다. 관련 법안도 앞다퉈 발의했다. 그리고 총선을 두 달여 앞둔 2012년 2월27일, 여야는 카드업계의 위헌 주장 속에 3년마다 적정 원가를 산정해 금융위원회가 카드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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