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대구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빈소에서 발인이 엄수되는 가운데 유승민 의원이 슬픔에 잠겨있다. 2015.11.10(대구=연합뉴스)
“아직 아버지 상중이라 일체의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있는 저로서는 오늘 이 보도자료를 아픈 마음으로 씁니다.”
지난 10일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의 장례를 마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동구을)이 15일 이례적인 ‘상중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내년 총선에서 유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배신의 정치”까지 거론하며 유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당 지역구 의원이 상중에 있는 상황에서 ‘뒤통수’를 친 것인데, 유 의원 쪽은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다.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유 의원의 지역구 출마가 점쳐지던 이 전 구청장은 지난 8일 유 전 의원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도 취재기자들에게 일일이 자신의 명함을 돌려 뒷말을 사기도 했다.
유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이 전 구청장의 출마선언문에 명백한 허위사실이 있어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이 전 구청장이 영호남 지역감정에 기댄 허위사실 공표,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심기)에 기댄 허위사실 공표 두 가지다.
이 전 구청장은 출마선언문에서 “정부 여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의 독단적 결정으로 ‘새천년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통 크게 양보하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광주광역시에 아시아문화전당이 설립되고 매년 800억원의 운영비가 지원되는 등 2026년까지 5조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들어가게 됐다. 유승민 의원이 대구를 위해 이러한 큰 기여를 했던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은 2006년 여야 의원 202명의 찬성으로 제정된 법이다. 당시 박근혜 의원, 김무성 의원 등도 찬성했던 법안으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에도 아시아문화전당은 ‘국립’으로 표기돼 있다. 이 전 구청장의 주장은 지역감정에 기대어 상대 후보를 허위사실로 비방하려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구청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그렇게 호소한 경제활성화법안을 (유승민 의원이) 하나도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유 의원은 자신이 통과시킨 5개 법안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 역시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활성화법안은 모두 30개인데, 원내대표에 취임했을 때는 12개 법안이 미처리된 상태였다. 원내대표 재임기간 동안 5개 경제활성화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전 구청장은 이날 오후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 원내대표까지 맡았던 유 의원이 대구를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야당의 입장을 우선시하고 국정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자기정치에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께서 강조해 온 국민을 위한 정치, 신뢰의 정치, 진실한 정치가 이루어졌다면 대구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고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일꾼이 되겠다”고 했다.
지난 7월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원내대표직에서 끌어내리며 언급한 “배신의 정치”, 최근 ‘티케이(대구·경북) 물갈이설’의 출발점이 된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을 모두 동원해 유 의원과 각을 세운 것이다.
유 의원 쪽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출마선언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한 것에 대해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하는지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이런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바로잡으려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가지 정리할 일이 많아 유 의원의 여의도 복귀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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