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차기환 위원(맨 왼쪽)등 여당 추천 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등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자신들의 수정안이 부결된 뒤 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퇴장하려 하자 방청하던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손을 뻗어 말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23일 아침,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전원위원회가 예정된 회의장이 술렁였다. 특조위가 ‘대통령의 행적 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이날, 두달 전 ‘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던 석동현 비상임위원(여당추천)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조위 직원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부산지검 검사장 출신인 석 위원은 최근 부산 사하구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도 끊이지 않는다. “사퇴한 게 아니었냐”, “정당에 가입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석 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실이 없다.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아 회의 참석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두달여 만에 회의에 참석한 석 위원의 발언은 이게 전부였다. 여당추천 위원들이 대통령 행적 조사를 하는 건 옳지 않다며 가시 돋친 말들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침묵을 지켰다. 그가 한 일이라곤 여당추천 위원이 ‘조사 대상에서 대통령 행적을 제외한다’는 수정안을 냈을 때 함께 ‘찬성’에 손을 들고, 이 안건이 부결된 뒤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게 전부였다. 한 위원회에서 두번 사퇴 의사를 밝힌 셈인 그를 두고, 유가족들 입에선 “총선 출마한다더니 거수기 하러 왔냐”는 탄식이 쏟아졌다.
한 여당추천 위원은 석 위원의 ‘깜짝 등장’에 대해 “그분의 ‘충심’을 보여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딱 꼬집어 ‘누구를 향한 충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통령 행적 조사를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한겨레>와 한 통화)는 석 위원의 말을 들으면 그의 충심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 같다. 석 위원은 블로그에 전원위원회 관련 언론 보도를 올리며, 자신이 언급된 부분에 밑줄을 그어가며 강조해뒀다.
박태우 기자
여당추천 위원 중 한 사람인 이헌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유가족과 야당추천 위원들을 겨냥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즐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사퇴’를 자신들의 충심을 드러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여당추천 위원들이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프레임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