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제가 꿈꾸는 삶이란…’
유승민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문과 유사
유승민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문과 유사
민경욱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출마선언문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었던 민 예비후보가, ‘진박’들이 멀리하는 유 전 원내대표의 글을 가까이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천 연수구에 출마한 민 예비후보가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출마 선언문을 보면,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 4월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문과 유사한 글귀가 곳곳에서 나온다. 민 예비후보의 출마 선언문 중에는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라며 스스로 묻는 대목(“그동안 저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라는 기본 명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하여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였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과 비슷하다.
또 민 예비후보의 선언문에는 “저는 삶의 무게에 신음하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도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 중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와 거의 일치한다.
다음 단락도 역시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과 비슷하다. 민 예비후보는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이란,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면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입니다”라고 적었는데, 유 전 원내대표도 연설문에서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라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의 ‘보수’라는 부분이 ‘건강한 삶’으로 바뀌었을 뿐 ‘정의, 공정, 진실, 책임, 따뜻한 공동체 건설, 땀, 노력’이라는 단어의 나열 순서가 일치한다.
민경욱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출마선언문은 기본적으로 예비후보자가 썼고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같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좋은 글귀를… (참고했다)”이라고 말했다. 민 예비후보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원철 김남일 기자 wonch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