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청와대·친박계와 충돌 사례
최근 당 공식회의에서 공개발언을 삼가며 ‘묵언 정치’를 하고 있는 김무성(65)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을 향한 윤상현(54) 의원의 욕설 파문에도 침묵으로 대응했다. 사과하러 찾아온 윤 의원에겐 면담을 거부한 채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본관에 있는 당 대표실을 찾았다. 친박근혜계 의원과 한 통화에서 “김무성 죽여버려 이××”라고 욕설을 한 사실을 직접 사과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윤 의원을 만나주지 않았다. 윤 의원은 김 대표가 머무는 방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당직자에 의해 제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20여분쯤 지나 방을 빠져나갔고,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닫았다. 김 대표를 기다리던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일단 (김무성)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드립니다”라며 “어제 (김 대표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셨고, 오늘 제 뜻을 말씀드리러 왔는데 대표께서 옆문으로 빠져나간 거 보셨죠? 이상입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공천 과정 등에서 번번이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세에 밀려 위태롭게 대표직을 지켜온 김 대표에게 이번 욕설 파문은 ‘반격’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김 대표 쪽은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본인이 직접 반박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인 것 같다. 하지만 친박계가 “술 먹고 실수한 것”이라며 사태를 무마하면서, “김무성 대표 쪽에서 녹음파일을 언론에 넘겼다”고 반격하는 등 역공을 취할 경우 김 대표가 직접 반박하고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의원은 과거에도 공개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대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서 (대권주자로서)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행사 뒤 기자들에게 “김무성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29%를 받았는데 마치 92% 받은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2014년 7월 당대표로 당선될 당시 윤 의원은 사무총장이었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당시 윤 의원은 연임되길 원했으나 김 대표가 이군현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자 김 대표에게 나쁜 감정을 갖게 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박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엔 대통령 정무특보로 각종 현안에 대한 청와대의 의중을 당에 전달하는 역할도 해왔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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