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둘러싼 ‘당대표 합의추대론’을 두고 문재인 전 대표가 “우리 당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관심이 모인다.
문 전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4·13 총선 유세단인 ‘더컸유세단’ 인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합의추대론이 화제에 오르자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김 대표 합의추대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내자 더민주의 당내 정서나 상황을 고려할 때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은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말은 이날 오전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 대표 합의추대와 관련해) 문 전 대표가 나서주길 바란다’는 취지로 말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합의추대의 ‘열쇠’를 쥔 문 전 대표가 사실상 관여할 뜻이 없다는 바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의추대가) 이례적이긴 하지만 역사상 최초로 야당이 제1당이 된 특수한 상황 등이 고려됐으면 좋겠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모셔서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만큼 정치적 의사 결정의 화두를 이끌어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오찬 뒤 국회에서 기자들이 ‘김종인 대표 합의추대론’에 대해 묻자 “나는 직전 당대표였기 때문에 아직은 그런 당내 현안에 대해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문도 안 받겠으니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김종인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나에게 내년 대선까지 당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당내에선 김 대표 합의추대론에 반대가 거세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오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합의추대 문제는 물 건너간 것 같지만, 김 대표가 새로운 언어와 의제를 선점했으니 전당대회 경선 출마도 검토가 가능하다”며 김 대표에게 정면돌파를 권했다. 당권 주자인 이인영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누구든 자신의 비전과 성과로 당의 미래를 위해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그것을 막을 수 없고 또 막아서도 안 된다. 비전과 리더십은 거기서 경쟁하고 선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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