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12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윤상원·박기순 묘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광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초대받은 지역인사 5명 호된 질책
“키워드가 졸지에 진보·핵노답…”
“더이상 몰표 없다는게 총선 결과”
우상호 “승리자 아닌 패배자로 와”
김종인 ‘경제 민주화’ 중요성 역설
“키워드가 졸지에 진보·핵노답…”
“더이상 몰표 없다는게 총선 결과”
우상호 “승리자 아닌 패배자로 와”
김종인 ‘경제 민주화’ 중요성 역설
“무능, 졸지에 진보, 호남의 새누리당, 핵노답(답이 없음).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물었더니 올라온 댓글들입니다.”(오경미 광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혹독했다. 12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의 화두는 ‘(총선) 승리’보다는 ‘(호남) 패배’에 가까웠다. 워크숍 장소를 광주로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123석으로 원내 제1당이 됐지만 호남에서 패배했다. 승리자로 온 것이 아니라 패배자로 호남에 방문했다”며 “우리에게 호된 채찍질을 한 호남 민심 앞에 빌고 경청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총선 당선자들이 처음 한데 모인 자리지만 호남 참패의 원인을 톺아보기 위해 초대된 5명의 광주 지역 인사들은 에누리 없이 ‘채찍질’을 이어갔다.
첫 대담자로 나선 오경미 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 광주전남지회 기획이사는 “(더민주는) 호남에 대한 존중이 없지 않았나. 혹시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더라도 저희는 못 느꼈다”며 “(총선 패배는) 친노 패권 문제 등에 정성을 다하지 않고 대응한 대가이자 김종인 대표의 호남에서의 한계”라고 짚었다. 신선호 시민플랫폼 나들 대표는 “호남 지역의 ‘여당’이던 더민주는 무능한데 오만하기까지 한 점이 정부·여당과 똑같다”며 “총선 결과는 이제는 더민주에 무조건 표를 주지 않겠다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당선자 간 토론에서도 ‘쇄신 없이는 집권할 수 없다’는 더민주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연을 듣거나 원내 지도부가 제시한 주제를 두고 토론을 나누는 데 그치던 과거 당선자 워크숍에서와 달리, 20대 원내 지도부는 당선자들 각자가 고민하는 민생 실천과제를 토의해 ‘상향식’으로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워크숍에서 논의된 의제를 5개가량 추려 20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당선자들은 주요 민생과제로 △청년 일자리 △전월세 상한제 △가계부채 △통신비 인하 문제 등을 논의했다. ‘어버이연합 사태’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도 20대 국회에서 선결돼야 할 과제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날 “무능과 독단으로 가득 찬 보수 정권의 실패한 국정기조를 바로잡겠다. 특권경제의 덫에 걸리고, 안보불안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8년을 되찾겠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애초 건강상 이유로 불참하려 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20대 국회 첫 워크숍이어서 무리되더라도 왔다”며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대표는 “내년 말 대선을 승리로 이끌더라도 그 정부 역시 과거 정부처럼 한 1~2년을 적당히 지내다 보면 다음 총선에선 우리가 해낼(이길) 수 없다”며 “우리 당이 선거 때 내건 구호(경제민주화)를 절대로 잊어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를 준비해 와 일일이 사인한 뒤 110여명의 참석자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밤늦게 박원순 서울시장이 찾아 당선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광주는 늘 정치사회적인 큰 전환의 진원지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우리 더민주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은 참 잘하셨다”며 “저도 그런 마음으로 광주에 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3일 오전 전남대 강연을 앞두고 광주를 찾았다가 이날 낮 5·18 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워크숍 현장을 방문했다. “대권 행보의 출발점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런 질문엔 절대 안 넘어간다”며 웃어넘기기도 했다.
광주/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