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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뻣뻣한 이총리 ‘전략’인가 ‘천성’인가

등록 2005-10-26 19:01

이해찬 총리
이해찬 총리
한나라당 인신공격성 질문에 연일 맞대응
여권, ‘정치공세 사전차단용+직설적 성격’
한나라당 비난속 “멍석 깔아줬다” 반성도
이해찬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공세에 보여준 ‘뻣뻣한’ 태도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공세적 발언에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도 대응수가 마땅치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그 ‘당당함’에 시원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슬아슬함에 가슴 졸이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답변 태도를 두고 “오만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회 파행을 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해 참아 왔다”며 “앞으로 이 총리의 나쁜 버릇이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대정부질문인지, 정부 쪽의 대국회질문인지, 국회 교육장소인지 모르겠다”며 “이 정도면 행패”라고 언성을 높였다. 나경원 공보부대표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정부질문을 훈계로 생각하는 다선의원 출신 국무총리의 후안무치한 행태야말로 국회에서 별꼴이 아닌가 한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당내에선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이 시원치 않아 이 총리에게 멍석을 깔아준 게 아니냐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지난해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에게 ‘당했던’ 의원을 이번에 또 내세운 이유를 모르겠다”며 “질문 내용도 새로운 게 없고 그동안 사용했던 논리를 반복한 탓에 정부 쪽에 여유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그의 공세적 모습에 대해 다분히 의도적이고 전략적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열린우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 총리는 한나라당의 기를 꺾어 어설픈 정치공세를 차단하려는 것”이라며 “이 총리나 노무현 대통령은 ‘말도 안되는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여당이 끌려다니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공세적 답변태도도 한나라당의 기세를 제압함으로써 공세의 예봉을 무디게하려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이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이 상당 기간 국회를 공전시켰지만, 일부에선 이 총리가 한나라당의 공세를 완화시켰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철지난 색깔 공세를 펼치는데도 여당 의원들이 개인적인 이미지 훼손을 염려해 점잖게만 대응하는 데 대해 이 총리가 자주 불만을 나타냈다”며 “여당 의원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니까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평소 관료 출신 장관들에게도 “국회에서 소신껏 답변할 것”을 주문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리의 타고난 성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한 측근은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의 공세가 말이 안 된다는 게 이 총리의 생각인데다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라며 “교육부 장관 시절에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이 총리의 이런 태도를 두고 ‘천성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라고 분석한 적이 있다.

여당은 이 총리의 공세적 태도로 손해도 보지만, 득도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한 재선 의원은 “지지층은 통쾌해하고 반대층은 더 싸늘해지며, 중간층은 양쪽으로 나뉘므로 지지율 면에서 보면 득도 손해도 아니지만 한나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기국회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야당과 대화를 해야 하는 처지인 원내 지도부 쪽은 이 총리의 답변 수위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임석규 박용현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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