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가운데)과 정세균 원내대표(왼쪽)등 당 지도부가 26일 밤 국회에서 여당의 전패로 끝난 국회의원 재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여당 내일 지도부 진퇴여부 결정
정동영·김근태 복귀요구 세질듯
10·26 재선거에서 완패한 열리우리당이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참패와 관련해 지도부 사퇴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국 주도 능력에 대한 당 안팎의 심한 불신과 함께, ‘이대로는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고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문희상 의장은 26일 밤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지도부 회의를 주재했다. 자정이 넘어서야 끝난 회의에선 수습책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결국 오는 28일 중앙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현 지도부의 진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퇴에 대한 의견이 갈릴 경우, 이 자리에서 투표로 결판을 내기로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당내 여론을 봐서 지도부 사퇴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기구가 꾸려져 수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문 의장은 기자들의 물음에 “유구무언”이라고만 말했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지도부가 선거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지만 가벼운 처신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듬직하게 가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의 핵심 측근들은 “당이 어려운 만큼 더욱 단합하고 뭉쳐야지, 무슨 사퇴냐. 정기국회 회기 중에 지도부가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사퇴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날 오후부터 일부 상임중앙위원이 전격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당헌은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3명이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이 사퇴했으므로 2명만 사의를 나타내면 현 지도부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현 지도부가 물러나더라도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국회 회기 중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하기도 난감하고 대안도 없다”며 “당분간 갖가지 의견이 분출되겠지만 시간을 두고 조절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임론’보다는 ‘화합론’이 우세하리라는 전망이다.
지도부 책임론과는 별개로 당·정·청의 전면 쇄신을 통해 국면 반전을 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당내 간판급 대선 예비후보들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두 장관의 복귀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과 맞닿아 있다. 당쪽에선 노 대통령이 연말께 정국과 관련한 중대 의제를 던지면서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은 개각 등 여권 진용의 전반적인 개편을 단행해 정국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뜻이 정해지기 이전엔 두 장관이 움직이기가 애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앞으로의 정국은 재선거 참패의 원인 진단과 처방책을 둘러싼 여당 내부 논란과, 노 대통령의 정국운용 구상이 맞물리며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10·26 재선거 뒤 정당별 의석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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